봄기운이 저물어가는 시기이다. 지나가는 봄이나 가을에 대한 아쉬움은 여름과 겨울을 보낼 때와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예전부터 送春(송춘)ㆍ餞春(전춘), 送秋(송추) 등의 용어로 안타까운 심정을 投影(투영)해 왔다. 謫宦傷心涕淚揮(적환상심체루휘) 벼슬아치의 유배로 마음 상하여 눈물을 뿌리는데 送人兼復送春歸(송인겸부송춘귀)사람을 보내면서 또 돌아가는 봄을 보내
올해는 봄이 언제 시작되었다가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나간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봄이 떠나갔다고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예전에도 봄이 지난 뒤의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한 작품을 남긴 이가 있다. 問春何事不留情(문춘하사불류정)봄에게 묻노니 “무슨 일로 정을 남기지 않고 收拾繁華去若驚(수습번화거약경)번화한 꽃을 거두어서 놀란 듯이 떠나는가? 花落絮飛都寂
이제 立夏(입하)가 지났으니 책력상의 계절은 여름이지만 제멋대로 변하는 날씨 탓에 기온으로는 어떤 철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 무렵에는 雨前茶(우전차)를 달여 마시며 그해의 새 차 맛을 느끼는 이가 많다. 지인의 말을 듣자니 올해는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새 차를 제조하는 일이 많이 늦다고 한다. 사정이 그러하지만 요즘이 겨울의 모진 풍설을 견디고 자란 새
이제는 제비의 날렵한 飛翔(비상)이 눈에 뜨이고 다양하지는 않지만 간혹 날개를 펄렁이는 나비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봄이 저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좌이다. 봄꽃이 지고 나면 山野(산야)에는 온통 연초록의 초여름 新綠(신록)이 펼쳐진다. 綠陰芳草勝花時(녹음방초...
이제 봄이 저물고 더운 여름이 다가오는 시점이다. 국토가 크게 넓지 않다고 하는데도 남부와 중부지방의 개화나 丹楓(단풍)의 시기에 제법 차이가 난다. 평지와 고산지대의 植生(식생)과 개화 시기의 차이를 보면 자연이란 한 기준으로 규율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
복사꽃은 신선세계를 상징하는 꽃으로 인식되어 왔다. 道敎(도교)에서는 西王母(서왕모)가 사는 瑤池(요지)의 碧桃(벽도)는 삼천 년에 한 번씩 열리는데 그 열매를 먹으면 不老長生(불로장생)한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그 복숭아를 먹은 東方朔(동방삭)은 三千甲子(삼천갑자, 18만년)를 살았다고 한다. 陶淵明(도연명)의 에 전해지는 武陵桃源(무
예로부터 꽃과 관련한 다양한 事緣(사연)이 전해진다. 신라의 善德女王(선덕여왕)은 唐(당) 太宗(태종)이 보낸 모란 그림을 보고 그 꽃은 향기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기록이 있고, 鄭襲明(정습명·?~1151)은 石竹花(석죽화, 패랭이꽃)를 題材(제재)로 한 시를 지어 官...
이제 봄도 저무는 시점이다. 온통 산야를 물들였던 봄꽃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는 것은 여름이 머지않음을 뜻한다. 近年(근년)에는 地球溫暖化(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매우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溫帶氣候(온대기후)에서 차츰 亞熱帶化(아열대화)하는 渦中(와중)에서 매년 평균기온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그 영향 탓인지 봄과 가을은 언제 어
소쩍새(杜鵑, 子規)는 봄부터 늦여름까지 거의 매일 밤에 숲속에서 줄기차게 울어대는 새이다. 피를 토할 듯한 애절한 울음소리는 예전부터 원한을 품은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梨花(이화)에 月白(월백)하고 銀漢(은한)이 三更(삼경)인제一枝春心(일지춘심)을 子規(자규)야 알랴마는多情(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李兆年(이조년, 1269~1343)의
남녘 들판에는 바야흐로 하얀 배꽃이 들판을 물들이고 있다. 서생배, 보배로 유명한 울산에는 산야의 과수원마다 활짝 핀 배꽃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예전에는 배나무를 뜰이나 동산에 한두 그루 심는 데 머물렀으나 요즘에는 과수원에서 대량으로 재배하는 만큼 엄청난 규모의 배꽃이 하얀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院落深深春晝淸(원락심심춘주청): 집 안의 뜰은 깊고 깊어
고등학교 재학 시절의 고전문학 수업시간에 에서 뽑은 작품을 몇 수 읽은 것이 생각난다. 지금 오륙십대 年輩(연배) 중에는 필자와 비슷한 추억을 가진 이가 많을 것이다. 중세국어로 표기된 訓民正音(훈민정음) 서문이나 龍飛御天歌(용비어천가) 등의 표기...
비에 젖은 봄꽃을 보고 어떤 이는 함초롬히 젖은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하고, 어떤 이는 꽃이 운다고 여기기도 한다. 갠 날 요란하게 피어서 보는 이를 부담스럽게 하는 꽃보다는 도리어 빗방울이 맺힌 다소곳한 꽃송이가 더 매혹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庭畔桃花泣(정반도화읍):...
바야흐로 소나무에 꽃이 피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온 산을 뒤덮은 소나무 때문에 비라도 내리면 노란 가루가 한 쪽으로 몰려서 노란 줄의 흔적을 남기는 현상을 흔히 볼 수 있다. 전통음식인 茶食(다식)의 재료로 유용하게 쓰이는 송홧가루이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귀...
예로부터 꽃이 지는 현상에서 사람들은 인생의 虛無感(허무감)을 느끼곤 하였다. 花樹(화수)는 계절의 순환에 따라 꽃과 잎이 피었다가 지더라도 이듬해에 어김없이 다시 피고 짐을 반복하지만 인생은 靑春(청춘)이 한 번 가면 다시 돌이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唐(당)의 시인 ...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는 가슴 아픈 이별이 많다. 黃眞伊(황진이)와 蘇世讓(소세양, 1486~1562)의 이별이 현실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李夢龍(이몽룡)과 成春香(성춘향)의 이별은 소설적 환경에 기초하고 있다. 돌아온 봄과는 어울리지 않게 돌아오지 못하는 임에 대한 喪失感(상실감)을 표현한 한시도 있다. 五更燈燭照殘粧(오경등촉조잔장): 五更(오경)의 등잔불
오늘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 삼짇날이다. 늦가을에 韓半島(한반도)를 떠나 따뜻한 강남지방에서 겨울을 지낸 뒤에 다시 우리나라를 찾아온다는 날이다. 이 날 흰나비를 먼저 보면 올해 喪服(상복)을 입고, 색깔 있는 나비를 보면 吉(길)한 해가 된다는 속설이 있...
어릴 때 즐겨 부르던 동요 중에 이원수 시, 홍난파 작곡의 이 있다. 그 가운데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라는 대목이 있다. 이 노래에서 언급한 꽃들이 지금 한창 피어 있거나 피었다가 지는 과정에 있다.복사꽃은 陶淵明(도연명)에 의해 武陵桃源(무릉도원)의 상징으로 사용된 이후 속세와 떨어진 別天地(별천지)나
지난주에 몰아친 비바람은 남쪽지방을 물들인 벚꽃을 떨어뜨려서 나무 아래에는 온통 새로 만들어진 꽃 무덤이 여기저기 생기고 말았다. 만개한 꽃이 비바람에 떨어지는 일은 봄철이면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이번의 低氣壓(저기압)은 근래에 드문 강도를 지녔다고 한다. 비바...
꽃이나 잎이 피면 그것을 즐기는 風流(풍류)가 있게 마련이다. 옛 사람은 꽃가지를 꺾어서 잔 숫자를 세며 술을 마신다든가, 삼국시대 魏(위)의 정각(鄭慤)처럼 둥글게 만 연잎에 술을 붓고 그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대롱 같은 연줄기로 빨아 마신 碧筒飮(벽통음)도 있었다....
요사이 남녘에서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눈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鎭海(진해)의 벚꽃축제인 군항제가 어제 막을 내렸다. 울산에도 곳곳에서 그 華奢(화사)한 자태가 빛을 뿜고 있다. 이 春事(춘사)도 비바람이 한 번 지나고 나면 모습이 一瞬間(일순간)에 변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