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 수해로 올해 쌀 생산량이 7년만의 최저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래도 쌀은 부족하지 않다니 다행이 아닐수 없다. 오히려 쌀 과잉 재고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돼 정부로서는 생산량 감소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결국 쌀 생산 감소로 인해 걱정해야 하는 쪽은 농민들일 수밖에 없다. 올해 추곡 수매가가 동결된 터에 수확량이 줄어들고 게다가 벼 품질까지 떨어져 좋은 등급 받기가 쉽지 않으니 수입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다시 한번 쌀농사에 대해 깊게 회의하지 않을 수 없는 요즘의 농심일 것이다.

 이달초부터 시작된 추곡 수매는 별도의 건조과정을 거치지 않고 수확과 동시에 수매하는 산물벼다. 여기에서도 1등급이 별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호우로 인한 침수 및 태풍 등의 영향 때문이다. 벼 상태가 상대적으로 좋은 논에서 실시되는 산물벼 수매 실태가 이러니 11월부터 본격 수매될 포대 수매에서는 상태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벼 재배 농민들을 불안케 하는 근본 원인은 이런 일시적 피해나 수입 감소에 있지 않다고 본다. 정말 농민들을 깊이 걱정하게 하는 것은 우리 쌀농사에 대한 안팎의 도전, 날로 심해지는 도농간 격차, 그리고 그런 일들에 대한 역대 정권의 일관성 없고 미온적인 대처 등일 것이다.

 쌀 소비는 계속 줄어드는데도 지난해까지 증산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미적미적하다가 6년 연속 풍작으로 과잉 재고 문제를 부른 일은 우유부단한 농정의 대표적인 예로 꼽힐만 하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을 유도하는 수도권 신도시 발상이나 그를 부추기는 기업들의 수도권 공장 건립도 농촌 피폐화를 가속화하는 요인들이다.

 정부가 지난 4월 세운 쌀산업 종합대책은 소득보전 직불제를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시중 쌀값이 떨어지면 재정과 일부 농민이 출연한 돈을 재원으로 농민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첫 적용되는 올해엔 쌀 생산량이 줄어들어 쌀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들도 장기적 안목에서 농촌 살리기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면 농심을 잡는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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