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조사 결과 9월의 소비자 기대지수가 3개월 연속 떨어졌고 소비자 평가지수는 작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자 기대지수는6개월 후의 소비지출 등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것이며 소비자 평가지수는 6개월 전과 현재의 경기, 생활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비교하는 것이다. 장래의 소비지출 감소 계획은 물론 이미 소비를 줄인 가구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소비 위축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실은 위축이 아니라 제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고도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수있다.

 최근 우리의 씀씀이는 불과 5년 전인 97년에 환란을 맞았던 나라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헤퍼졌다. 너도 나도 해외여행 한두 번 쯤은 다녀와야 하고 대도시의 웬만한 신혼부부들에게 승용차는 필수 구입품이 되다시피 했다. 고급 양주 및 세계유명 브랜드 상품이 가장 잘 팔리는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 등 과소비의 예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분수 모르고 써대는 풍조는 계층 구분 없이 만연돼, 기름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 배기량 3천㏄ 이상 대형 승용차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가 됐고 신용카드 남용으로 인한 청소년 신용불량자 양산이 이미 사회문제화했다.

 이런 풍조의 만연은 당연히 각 계층 상호간의 과소비 상승작용을 최우선적인 원인으로 꼽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지속돼온 경제부처 당국자들의 근거 없는 낙관론도 주범 중의 하나로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경기의 장기침체, 미국의 대 이라크전, 일본 경기 침체의 장기화 등을 보면서 정부가 내년 경기에 대해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은 최근에야 소비가 줄어드는 것만 봐도 국민이 아직까지 정부의 말에 얼마나 많이 의존하는지 알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수출 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소비 위축으로 인한 저성장이 걱정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은 그보다는 적지 않은 가계의 파산과 신용불량자 양산, 부동산 거품이 빠질 때의 혼란 등을 더 걱정해야 할 때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가계의 건실화를 적극 유도해야 할 때다. 재정이 제 아무리 튼튼하고 기업활동이 활발해져도 가계가 흔들리게 되면 나라 경제의 기초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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