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전체수험생 평균 점수가 예상과 달리 지난해보다 2~3점 낮아질 것으로 분석돼 올해 역시 수능 난이도 논란이 일고 있다. 입시 전문기관들은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평균점수가 10~15점 상승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을 내놓았던지라 평가원의 가채점결과가 많은 수험생들을 혼란에 빠뜨린 것으로 보인다.

 교육당국이 수능을 전담관리 할 상시기구를 설치하고 출제위원에 현직 교사를 대거 참여시키는 등 나름대로 출제 체제를 갖췄음에도 이같이 난이도 논란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른바 ‘이해찬 2세대’인 고3 수험생들의 학력 저하를 한 원인으로 꼽는 일부 분석도 있으나 그보다는 본질적으로 수능 시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빚은 결과라고 본다. 대학수학능력에 대한 상대평가 기준이 되어야 할 수능 시험을 ‘인생을 좌우하는 사생결단의 시험’으로 간주하는 데서 난이도 논란이 나오는 것 아닐까.

 1994년 대학수학능력 시험제가 처음 시행된 이후 올해까지 아홉차례 치른 시험에서 난이도 목표를 맞춘 적은 단 두차례에 불과하다고 한다. 수능시험제 이전의 학력고사제 20년을 포함해 4반세기가 넘도록 대학입학시험을 국가적으로 치러왔으나 매년 시험때 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문제는 입시제도에 있는 게 아니라고 본다. 입시위주의 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목표아래 수능시험제도를 도입했으나 연7조원이 넘는 사교육비를 유발하는 요인의 하나가 수능시험이 된지 오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은가.

 명문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고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 우리 사회의 학벌 지상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현행의 대학입시제도는 존속할 것이다. 그렇다면 시스템만이라도 제대로 갖춰 난이도 논란 같은 것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쉬웠느냐 어려웠느냐, 변별력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차원을 넘어서도록 수능시험을 말그대로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을 측정하는 자격고사로 만들어야 한다. 국가 자격고사로서 수능시험을 정착시키려면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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