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여지승람을 보면 고려말에 울산군수로 부임한 정포와 학자 이곡이 울산의 팔경을 "은 여덟 편의 시가 실려있다. 시의 소재가 된 경승지는 태화사 앞의 평원각, 망해사의 망해대, 삼산의 벽파정, 남산의 은월봉, 황룡연 위의 태화루, 은월봉과 황룡연 사이의 언덕 장춘오, 연암동의 바위 백연암, 처용설화의 발상지 개운포이다.

□오늘날 이들 울산 팔경은 아쉽게도 대부분 사라져 옛날 책 속에서나 겨우 그 이름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은월봉 만큼은 울산 도심의 녹색허파 남산이 남아 있어 아련한 옛 정취를 더듬게 하고 있다. 은월봉은 남산의 12봉 중에서도 맨 끝에 있는 봉우리로 지금도 지역 주민들의 발걸음이 잦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은월봉이 위치한 남산이 개발논리에 휘말려 연일 수난을 겪고 있다.

□울산시는 7일 남.북구 지역 교통난 해소를 위해 지난 해 12월 기존의 남산 관통도로 선형을 변경(옥동 변전소-남산 강변로 무거 오수 중계펌프장 구간, 30m, 길이 14km)하는 도시계획시설 입안 공람 공고를 마치고, 빠르면 다음달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해 확정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에 앞서 지난해 말 남산일대 삼호산 지역에 대해 도시계획위원회의 교육연구단지 입지 및 주변 계획도로 변경의 건에 대해 심의, 도로시설의 최소화와 환경훼손 최소화를 조건으로 가결시킨바 있다.

□문제는 이들 사업이 남산훼손을 전제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 남산 관통도로 개설의 경우 선형을 변경한다 하더라도 환경파괴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따라서 각계의 충분한 사전 의견수렴 등을 거친 뒤에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교육연구 단지 역시 사업을 추진하되, 환경훼손 최소화가 조건부로 되어 있다. 그만큼 ‘도심의 허파’ 남산이 개발 논리 앞에 풍전등화의 신세가 돼있는 것이다.

□여기에 얼마 전 육군 53사단 울산연대가 남산에 위치한 옥동 군부대를 오는 2005년까지 단계적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혀, 남산은 이래저래 개발논리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 같은 현실을 직시, 학계나 환경단체에서는 울산시가 남산개발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차제에 남산 공원묘지 이전 문제 등도 함께 묶어서 거시적 안목의 마스터 풀랜을 짜라는 얘기이다. 울산시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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