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 문제에 관한 미국의 강경 정책이 어느 정도 완화된 모습을 보여 평화적 해결의 전기가 될지 모른다는 기대를 낳게한다. 워싱턴에서 열린한~미~일 3국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는 북한에 선 핵포기를 요구하되 이에 불응할 경우의 보복을 위협함이 없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의사를 밝히고있다. 북핵 문제로 인한 한반도 위기가 미국의 대북 맞춤형 봉쇄 전략이 등장할 정도로 악화 일로를 걸어온 것에 비추어 본다면 이번 회의에서 나타난 미국의 태도는 더 이상의 문제 악화를 바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특히 눈여겨 보아야할 변화는 미국이 대화의 전제 조건을 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래에는 북한핵의 가시적인 포기를 요구했으나 이제는 핵포기 의사의 선언만으로도 대화의 시작이 가능하다는 선으로 후퇴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으로서는 이 변화의 의미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처럼 핵계획 추진 여부에 관한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려는 전략을 수정해, 핵이 있다면 포기하고 없다면 사찰로 결백을 입증하겠다는 선언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물론 대화 자체가 문제 해결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중재노력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중재 노력이 성과를 본 흔적은 그다지 뚜렸하지 않다. 미국은 대화는 하지만 보상이나 대가는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협상 없는 대화’ 정책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있다. 또 부시 대통령이 최근 하루가 멀다 않고 거듭 거듭,북한에 대한 무력 공격 의사가 없음을 강조하면서도 이 약속을 문서로 옮기는 일이 왜 어려운지,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하고있다. 우리가 뒤로 주춤거리거나, 미국이 이에 냉담하거나 두 경우모두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황 악화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한반도 위기의 최대 피해자가 될 위험이 있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또 주도적으로 해법을 제시하고 미국과 북한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 정부의 피할 수 없는 임무다. 우리측 해법의 타당성과 현실성이 국제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미국과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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