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가 대북 4천억원 비밀지원설을 둘러싼 의혹을 현 정부 임기내에 털고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파문이 일고있다. 문내정자는 비보도를 전제로 기자들에게 DJ 정권내에서 제기됐던 의혹들은 현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이같이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는 동시에 이 문제에는 사법적 판단의 범위를 넘는 통치권 차원의 성격이 내포되어 있음을 아울러 지적했다.

 문 내정자가 정부 인수인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 비록 비보도를 전제로 한 것이긴 하나 이같은 발언을 하고나선 경위는 아직 확실치 않다. 특히 대선정국을 달구었던 주요 정치쟁점의 하나였던 대북비밀지원설은 청와대가 수차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어 사실관계조차 가려지지 않은 정치공방의 성격이 짙은 사안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문 내정자의 발언은 현 정부 임기중 발생했던 각종 의혹사건과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차기 정부의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의중의 원론적 표현으로 이해되고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정점으로 하는 현정부의 대북정책은 대다수 국민의 지지속에 추진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켜 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여야간 정치적 힘겨루기에 말려들면서 올바른 남북관계의 지향점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이해를 이끌어내기 보다는 국론을 분열시켜온 정쟁거리로까지 변질되어온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울러 남북접촉 과정의 세세한 부분은 구체적인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역사적 판단에 맡겨두어야할 성격도 강하게 띄고있다 할 것이다.

 물론 정치권에서 지금까지 제기됐던 여러 의혹들은 실체적 진실이 모두 규명되는 것이 온당한 일이다. 정략적 접근으로 내용없이 여야간 고성만이 오가는 그런 국정조사와 거의 욕설수준의 성명전이 여전히 반복된다면 의혹사건들의 실체규명은 요원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여러 의혹사건들의 실체적 부분과 그에 부수되어 있는 정치공방적 성격의 부분은 분리해내는 것이 옳다. 수사와 조사의 대상은 엄격히 가려내 진실을 밝히되 이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행태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