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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속의 울산 명소]“조물주의 기이함에 산이 거북으로 변하였네”2.반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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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10.22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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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은 정몽주 유배시절 올라가 ‘포은대’라고도 불린 곳
권해는 한여름에도 시원하고 상쾌한 명소라고 노래해
주변 석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 멋들어지게 묘사
   
▲ 하늘에서 내려다 본 반구대.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반구대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산(높이 265m)의 끝에 있는 3층으로 된 석대로, 물 위에 떠 있는 산의 모양새가 넙죽 엎드린 거북과 같아서 부르는 이름이다. 이곳은 고려 말기에 포은 정몽주(1337~1392년)가 언양의 요도(현재의 어음리)에 유배되어 있을 때 올라간 곳이라고 하여 포은대라고도 부르는 곳이다.

이 지역은 산의 모양이 기이하고 물이 깨끗하여 산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반구대 아래쪽에 있던 반고서원은 숙종 38년(1712년)에 세워져 정몽주·이언적·정구 세 분을 배향하던 곳. 고종 8년(1871년)에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가 1983년에 다시 반구서원이라는 이름으로 복원하여 놓았는데, 이 서원이 선 것도 정몽주가 이곳을 다녀간 곳이기 때문이다.

또 정몽주가 언양에 유배되어 있으면서 반구대에서 지은 한시로 인하여 이 반구대는 전국적 명소가 되어 수많은 시인묵객이 찾은 곳이기도 하다. 후세 사람들 중에는 정몽주의 흔적을 기리려고도 하였으니 그 대표적인 예가 숙종 39년(1713년)에 경주최씨 가문의 최신기가 반구대 건너편에 건립한 집청정이다. 이 정자는 지금까지 남아 있어서 약 300년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정몽주, <언양에서 중구일에 회포가 있어서 유종원의 시에 차운하다>

나그네의 마음이 오늘 더욱 쓸쓸한데

장기 어린 바닷가에서 물에 나아가고 산에 오르네.

뱃속에는 글이 있어서 문득 나라를 그르쳤지만

주머니에는 약이 없으니 나이를 늘릴 수 있으랴?

용은 저무는 한 해가 근심스러워 깊은 골짜기에 숨고

학은 갠 가을이 기꺼워 푸른 하늘로 오르네.

손으로 누런 국화를 꺾고 잠시 그저 한 번 취하는데

옥 같은 님은 구름과 안개 너머에 있네.



客心今日轉凄然 臨水登山海邊

腹裏有書還誤國 囊中無藥可延年

龍愁歲暮藏深壑 鶴喜秋晴上碧天

手折黃花聊一醉 美人如玉隔雲烟

-鄭夢周, <彦陽九日有懷 次柳宗元韻>-



정몽주는 1375년 후반기부터 1377년 3월까지 언양에 유배되어 있었고 이 유배기간 중 2년째 되던 해부터 거주 이전의 자유가 허용되었으므로 이 시는 1376년의 중구일(음력 9월 9일)에 지은 것이 분명하다.

수련은 객지에서 맞은 중구일의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바닷가의 음습한 기운인 장기가 어려있는 바닷가 고장에서 물가에 나아가기도 하고 산에 올라보기도 하는 시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구일은 중국 한나라 때부터 국화를 감상하고 높은 산에 오르며 시와 술로 즐기던 명절이었는데 당송시대에는 관리들도 쉬는 날이 되었으며,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신라시대부터 경주 안압지의 임해전 등에서 군신이 모여 즐기던 날이었다. 이런 명절을 유배지에서 맞은 정몽주는 옛날을 그리워하는 회포에 젖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함련은 뱃속에 가득하게 읽은 글이 들어 있지만 나라를 바로잡지 못한 데 대한 자괴감과, 주머니 속에는 쇠약해져 가는 자기의 나이를 늘려줄 신묘한 약이 없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경련은 한 해가 저물어 가는데서 오는 아쉬움과 활짝 갠 가을 날씨에서 오는 상큼한 심정을 용과 학이라는 자연물을 끌어와서 표현하고 있다.

미련은 시인이 처한 상황이 비록 열악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은 명절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서 손으로 누런 산국화 가지를 꺾고 잠시 술에 취해 보지만, 임금에 대한 그리움의 심사를 감쇄시키는 데에는 미치지 못함을 자각함으로써 왕과 시인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짧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권해, <반구대에서 읊은 시>

조물주가 어느 해에 이런 기이함을 만들었기에

지금까지 산의 뼈대가 거북으로 화하였는가?

하늘의 이슬은 신선의 손바닥에 방울지는데

꼭대기의 구름은 도사의 바둑판을 감추었네.

못이 검으니 용이 누운 곳임을 분명히 알겠고

달이 밝으니 마땅히 학이 돌아갈 때가 있으리.

층진 석대는 한여름에도 매우 시원하고 상쾌하여

햇살이 기울어도 맑은 술에 말에 오름이 더디네.



造物何年效此奇 至今山骨化爲龜

中天露滴仙人掌 絶頂雲藏道士碁

潭黑可知龍臥處 明月宜有鶴歸時

層臺盛夏偏蕭爽 斜日淸樽上馬遲

-權, <盤龜題詠>-

이 시도 언양에 유배되었던 권해(1639∼1704년)의 작품이다. 그가 언양 요도에 유배된 것은 1694년이고 풀려난 것은 1697년이었으므로 이 작품은 유배기간 중에 제작되었을 것이다. 이 시는 반구대 주변의 석산과 시내의 아름다운 경관을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녹음에 덮인 그곳이 여름철에는 시원한 기운을 간직하여 유람객에게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게 하는 멋들어진 피서지임을 말하고 있다.

   
▲ 성범중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

이 시에 등장하는 거북 형상의 바위, 신선의 손바닥처럼 솟은 산봉우리, 도사의 바둑판처럼 생긴 바위, 용이 살 만한 검은 못, 학과 어울리는 밝은 달빛 등의 자연물은 반구대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주변의 경물이다. 게다가 이곳은 한여름에도 매우 시원하고 상쾌하여 햇살 기우는 때가 되어도 떠나고 싶지 않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명소라고 밝히고 있다. 300여 년 전에 지은 이 시의 내용과 지금의 반구대를 비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독자라면 한번 실천에 옮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성범중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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