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0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의 5.7%에서 4.1%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경상수지도 20억~ㄴ30억 달러 흑자전망에서 10억달러 적자전망으로, 물가상승률은 3.4%에서 3.9%로 각각 고쳐 잡았다. 중앙은행이 올해 나라 경제에 대해 이렇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도 여타 금융기관들은 별로 놀라는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그 정도로만 막을 수 있어도 다행"이라는 식의 반응이다. 외환 차입 금리가 올라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최근엔 차입 자체가 막혀버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은 5월에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는 이라크전 종료에 따른 북핵문제의 방향 및 그에 따른 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등급 조정, 그리고 외환 유동성 부문에서 올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이라크전종료에 따른 세계경기 회복 및 이라크 복구사업에의 참여,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무현 대통령 방미를 통해 경제회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한 달간이 우리 경제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금융권 뿐만아니라 전 경제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서 북핵, 정쟁, 노사문제 등에서 돌발변수가 생길 경우 우리 경제는 자칫 헤쳐나오기 힘든 나락으로 빠져들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용평가나 외환 유동성 등이 모두 북핵을 비롯한이런 문제들과 연결돼있는 상황에서 한 부문에서 악재가 터질 경우 파장이 전 분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위기감을 부추기는 것은 외환 유동성 분야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안고 있는 5~6월 만기도래 자금은 50억달러가 넘는 규모로 추정되며 지금처럼 외환차입 사정이 지속적으로 어려울 경우 자칫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를 풀어야 할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경우는 한국 경제의 안정성에 대한 외국의 시각이 급속히 악화되는 경우, 즉 위기의 한 가운데로 진입한 때라고 봐야 한다. 결코 와서는 안될 상황이며 그래서 5월로 일정이 잡힌 노대통령의 방미에 경제계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몇 년래 지속돼온 이번의 세계적 불황을 잘 견뎌내고 효율적으로 탈출하는 나라는 앞으로 십수년간 탄탄대로를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학계의 관측이다. 이시점에서 경제 살리기는 단순한 경제 살리기가 아니라 바로 나라 살리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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