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관심은 이제 미국이 이번 이라크전쟁의 승리로 더욱 확고해진 힘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세계경영 전략을 펴나갈 지에 집중되고 있다. 슈뢰더 독일총리와 같은 이는 즉각적으로 미국이 이라크전 이후 다른 나라들에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이런 종류의 경고는 일차적으로 미국의 미움을 받는 국가들에게 큰 공포를 불러일으킬 것이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도 무관한 일이 될 수 없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한반도 전체가 전쟁의 참화에 말려 들 것이라는 불안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부시 행정부가 향후 미국의 세계 경영 전략을 어디로 끌고 갈지는 이른바 초강경파들의 이데올로기인 신보수주의를 살펴봄으로써 중요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신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의 가치와 이익을 절대적 선으로 생각하며 이 가치의 전파, 미국 이익의 확보를 위해서라면 압도적인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나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 다른 강대국의 견제도 무시할 수 있다. 이같은 이념적 배경은 악행의 증거가 없더라도 미국을 해칠 위험성이 있는 국가는 선제 공격할 수 있다는 부시 독트린을 탄생시켜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 정권을 붕괴시켰고 뒤이은 추가 전쟁의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독선적인 가치관, 일방주의적 태도, 타자에 대한 무시, 물리적 힘에 대한 숭배 등 신보수주의자의 위험한 특징들은 앞으로 미국과 지구촌 다른 국가들 사이의 불화와 충돌을 우려하게 만든다.

 이제 미국의 양식있는 인사들, 그리고 여론 형성에 책임있는 언론들은 미국의 세계전략이 소수의 초강경파들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그대로 두어도 될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강경파들의 의도대로 이라크를 점령해 막대한 석유를 차지하고 중동지역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할지라도 그 결과 아랍과 이슬람의 복수를 가져올 위험성을 높여준다면 그것은 미국의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화근을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그 막강한 물리적 힘으로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었더라도 도덕적 바탕을 상실한 힘은 결코 존경을 획득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미국은 신보수주의자들이 미국에 가져다 주는 것이 진정한 국가적 이익인지, 아니면 온갖 방향으로부터 올지 모르는 도전의 위험인지, 판단해야한다. 미국을 지탱해온 건전한 균형의 회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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