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분위기 속의 한국경제에 모처럼 밝은 소식들이 전해오고 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등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에 대한 신용평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움직임을 보이고 무엇보다도 북핵문제가 돌파구를 찾을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제외적 조건의 악화 및 그에 따른 해외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인해 잔뜩 움츠러들었던 한국경제가 다시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이다.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신호는 장기 외화 차입의 재개다. 단기 차입 자체조차도 어려웠던 상황에서 장기 차입이 가능해진 상황으로 호전됐다는 것은 외환 유동성의 개선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이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는 의미도 함께 갖는다. 이런 분위기가 잘 지속되면 국민은행에 이어 신한은행, 우리은행, 조흥은행, 외환은행 등이 추진하는 외화차입도 무리없이 성사될 것으로 금융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외화차입의 물꼬가 트인 것이나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 등은 모두 북핵문제, 한·미 관계의 개선 등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라크 파병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미국으로부터의 외환차입이 풀리기 시작했고 이어 북핵문제의 타결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하면서 차입이 본격 성사되고 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얘기도 아니지만, 한국의 지정학적 여건 및 그에 따른 한국경제의 그런 특수성은 이제 각국 투자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인식돼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대미 관계나 북핵관계의 변화에 따라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등지의 투자도 크게 영향 받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실력에 비해 안정감을 갖지 못하는 이유의 큰 부분도 그런데서 찾아져야 한다. 답답하고도 억울한 노릇이지만 앞으로도 한동안은 우리가 감내해야할 한국경제의 현실이다.

 그런 현실을 얄밉도록 잘 지적한 것이 최근 무디스사 부사장의 "한국 신용등급은 현재 경제 펀더멘털에 의해 지지되고 있으나 북한상황이 악화되면 영향받을 수 있다"라는 말이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은 넓은 의미에서 아직 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나 다름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새 정부가 최근 매 사안의 처리과정에서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는 듯한 모습에 일단 기대를 가져본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