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술 국회의원(울주 한나라당)이 최근 아주 중요한 발언을 했다. 지난해 12월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울산 중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관련, "거액로비가 있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권 의원은 "당시 일부 인사가 한나라당에 공천티켓을 따내기 위해 거액의 공천로비를 시도해 왔고, 자신은 그것을 즉시 되돌려 줬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또 "일부 인사가 로비를 해와 즉시 우편으로 되돌려 준 적도 있다”고 했다.

 권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지난해 중구 보선은 무엇보다 도덕적으로 상처가 크다. 우리가 기억하기로 당시 한나라당 후보(조직책) 공천을 받기 위해 접촉한 인사들은 공개신청자 12명과 비공개 등 모두 14명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물밑 로비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권 의원의 발언으로 일단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따라서 공천로비를 시도한 인물은 누구이며, 권 의원 외에 한나라당 여타 의원들과의 접촉여부도 확인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문제는 권 의원의 발언시점이다. 권 의원은 2선 의원으로, 현재 한나라당 울산시지부장을 맡고 있다. 또한 5월 중순께 치러질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분 1명인 울산 운영위원(지역대표) 선출과 관련, 최병국 의원(남구)과 함께 경쟁체제에 있다. 그런데 이렇듯 묘한 시점에 권 의원이 지난해 12월19일 중구보선 공천과정에서 거액로비가 있었고, 자신은 이를 물리쳤다고 발언한 것이다.

 권 의원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권 의원은 일단 ‘거액로비 과정’에서 깨끗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권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3명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또 당시 공천접촉을 벌였던 14명은 어떻게 되는가. 어느 누구 하나 ‘공천과정의 거액 로비설’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권 의원을 제외한 여타 의원들이 당시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권 의원처럼 양심선언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침묵할 경우 ‘의혹’은 증폭돼 ‘도덕적으로 상처 입을 수밖에 없다. 당시 공천로비에 관여한 14명의 인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제 권 의원의 발언으로 해서 내년도 울산의 4월 총선은 한나라당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상대 후보진영에서 사사건건 도덕적으로 부패한 정치인, 정치지망생이라고 물고늘어질게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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