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의 제1순위를 경제에 두겠다고 밝힌 노무현 정부가 경제원로와 학자들의 고견을 듣기 위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청와대에서 열었다. 이 회의에서 경제를 살릴 획기적인 묘책이 나올 것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있다면 큰 실망을 했을 것이다. 이들이 제안하거나 주문한 내용들은 웬만한 경제전문가라면 누구나 제시할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 "정부가 불법시위에 적극 대응해 달라", "경제부총리 중심으로 경제정책 프로세스를 정비해야 한다", "단기 경기부양대책의 유혹을 피해야 한다", "성장에 무게를 두면서 분배를 해치지 않는 전략이 필요하다" 등이다.

 경제분야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원로들이 경제살리기가 초미의 과제로 떠오른이 시점에 고작 한다는 얘기가 이런 원론적인 것들에 불과하다는 것은 현 정부가 경제정책 결정에서 이같이 기본적이고 초보적인 사항들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결정 기본원칙은 참여정부라는 구호가 상징하듯 대화와 타협이다. 대화를 통해 모든 사안을 원만히 풀어나가겠다는 이 원칙은 다기화되고 있는 다원화된 민주사회에서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는 필요불가결한 것이고 매우 잘 선택된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남이야 손해를 보든 말든 나만 잘살면 된다는 모럴 해저드가 만연되어 있거나 적의 적은 우군이라는 단순한 흑백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대화는 있으나 타협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작금의 우리 사회가 바로 그런 사회이다.

 양심적이고 순진한 사람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바보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잘못을 저지른 자식을 타이르기 보다는 기를 죽인다면서 오히려 두둔하고 이를 지적하는 사람에게 쌍심지를 돋우는 사회가 아닌가. 그러나보니 실력행사를 하는 집단시위 군중이 끊이지 않고 있고 건물들은 덕지 덕지 나붙은 대자보들로 어수선하다.

 고무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한쪽이 불거져 나오듯이 어떤 정책을 결정하면 반드시 이득을 보는 쪽이 있는가 하면 불이익을 당하는 쪽이 생기게 되어있다. 마냥 대화만 할 것이 아니라 사태가 파악됐으면 명확한 원칙과 우선순위를 결정해 강력히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바둑에서 수순이 승패를 좌우하듯이 경제정책에는 우선 순위와 일관성 유지가 성패의 관건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