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압박공세를 가시화하는 가운데 북한이 언제 어떤 다자회담을 수용할지 주목되고 있다. 한·미·일 3국은 지난주말 하와이에서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열고 북핵문제를 대화로 풀기위해 한국과 일본이 포함되는 다자회담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다자회담 전 양자회담" 전제조건을 주장해온 북측에 대해 그간 대화형식 보다는 대화 자체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한국이 결국 다자회담을 고수해온 미측에 더 접근한 셈이다.

 3국은 북한의 마약거래·위조지폐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하기로 해 앞으로 대북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회의는 확대 다자회담 실현이 지연될 경우의 문제도 거론했으나 미측이 확대회담 이외에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못박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미·일, 한·일 정상회담 이후 처음 열린 이번 TCOG회의에서 3국은 "평화적·외교적 노력을 위한 대화와 압력 병행"이라는 북핵해결 가이드라인을 재확인하면서도 "압력"쪽에 무게를 더 두었다.

 이와 별도로 마드리드에서 최근 열린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체제(PSI) 회의는 미사일 등을 실은 북한 선박의 공해상 나포와 유엔차원의 대북 압박 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은 사실상 대북 경제제재에 들어갔다. 대북 경수로 건설사업도미측 입장에 따라 8월말께 중단할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우리 정부는 "3국 공동대처 합의는 위법행위를 하지 말도록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것일뿐 제재는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중국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동참하는 확대 다자회담을 북측에 제안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우리측 일각에서도 북한이 다자회담 테이블에 예상외로 빨리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회담 참여 대상을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등 5자로 한정하지 않고 "확대 다자회담"이라고 융통성있게 합의해 러시아의 동참 길도 열려 있다.

 때마침 김대중 전 대통령은 15일 TV 대담에서 북핵문제와 관련 "북한은 한국과 일본이 참가하는 5자회담을 즉시 수락해야 한다"며 "그런 가운데 미국과 대화하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제 공은 다시 북측에 넘어간 셈이다. 국제공조와 남북공조가 엇갈리는 어려운 한반도 정세에서 북한은 그래도 남북회담 채널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중국·러시아와의 공조도 강화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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