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입 개방에 반대하는 농민들이 트럭과 트랙터까지 몰고 상경하는 과정에서 20일 전국의 주요 고속도로가 일부 마비되고 전국 곳곳이 교통체증을 겪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여의도 국회 부근에서농민과 농협 노조원 등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를 열고 국회의 FTA 비준안 처리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곳곳의 톨게이트 등에 경비병력과 견인장비를 동원한 경찰의 차단 노력에도 불구, 전농은 다시 23일부터 28일까지 매일 200여명씩 여의도까지 고속도로 차량 상경 투쟁을 벌이고 만약 FTA 비준안 통과시 대규모 집회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의 입장도 만만치 않다. 협정 비준안에 대해 최근 대통령 재가까지 받은만큼 곧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 2월 한국과 칠레의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식 서명한 협정의 비준을 마냥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한·칠레 FTA 비준의 당위성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비준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 신뢰도가 추락한다는 것이다. 수년간의 외교협상을 거쳐 체결한협정을 비준하지 않을 경우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를 FTA 상대로 인정하지 않아 국제통상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한.칠레 FTA가 빨리 발효될수록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칠레는 협정 발효 즉시 자동차와 휴대전화기, 컴퓨터, 기계류 등 우리의 대 칠레 수출품목의 66%에 해당하는 2천300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게 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쌀, 사과, 배 등을 예외품목으로 하고 포도도 계절관세를 부과하기로 조치하는 등 개방에 따른 농업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정부는 강조한다. 정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준안 처리가 안되더라도 계속 시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농민단체 등의 갈등 속에 FTA 협정 처리문제는 사실상 국회로 넘어가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여야가 "보완후 처리" 방침에 의견을 같이해 비준안 처리가 무기 연기될 공산도 커졌다.

 정치권과 농민단체, 정부와 관련업계는 서로 갈등하는 이해관계를 전체 국익 극대화의 기준에서 신중하게 조정하길 바란다. 또 FTA 협정으로 즉각 발생하거나 예상되는혜택은 물론 고통도 함께 나눠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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