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중의, 한시를 통한 세상 엿보기 (253)

▲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어제가 節候上(절후상) 小暑(소서)였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닥칠 것에 대비해야 한다. 불량 원전부품의 납품과 시험성적서 위조 등으로 月城(월성)과 古里(고리)의 원전 일부가 가동을 중지한 상태이다. 이 暴暑(폭서)의 소용돌이 속에 産業(산업) 및 冷房用(냉방용) 전기의 공급이 원활치 못하여 블랙아웃(black out)을 당할 위험이 있다고 하니 丁寧(정녕) 깊이 갈무리해 두었던 부채를 다시 끄집어내야 할 판이다.

酷熱甚於火(혹열심어화): 지독한 더위가 불길보다 심하여

千爐扇炭紅(천로선탄홍): 천 개의 화로에서 붉은 숯불을 부채질하네.

馮夷應喝死(풍이응갈사): 馮夷(풍이)는 응당 더위 먹어서 죽을 테고

燒及水精宮(소급수정궁): 불길이 水精宮(수정궁)까지 닿으리.

(馮夷: 水神, 河伯의 別稱)

이 시는 고려 문신 李奎報(이규보·1168~1241)의 ‘苦熱(고열, 심한 더위)’ 첫째 수로서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시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불길보다 심한 더위는 마치 천 개의 화로에서 이글거리는 숯불의 기운을 부채질하는 듯하여, 水神(수신) 풍이도 더위 먹어 죽을 지경에 이를 뿐 아니라 그 불길은 제왕의 수정궁까지 닿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이규보는 둘째 수에서 이보다 조금 더 나아간 상태의 답답한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누우면 일어나서 떨쳐 날고 싶고, 일어나면 다시 옷 벗고 누울 것을 생각하네. 누가 시루 바닥에서 찜질 당함을 불쌍히 여겨, 물속으로 옮겨 주어 앉게 하려나?(臥欲起奮飛 起思還裸臥 誰憐甑底蒸 移向水中坐)”라고 하여 지독한 더위 속에서 안달하는 마음을 如實(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누워도 견딜 수 없고, 일어나도 참을 수 없는 답답하고 짜증난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 줄 구원자를 기다리고 있다.

以熱治熱(이열치열)이라는 말처럼 이 더운 시기에 열심히 맡은 바 일에 沒頭(몰두)하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땀을 흘려도 좋을 것이다. 지혜롭게 무더위를 극복하여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留念(유념)할 일이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