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중의, 한시를 통한 세상 엿보기 (255)

 

무더운 날씨가 계속 될 때는 조용히 앉아서 차 한 잔을 마시는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하루에 커피나 차를 4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혈압과 脈壓(맥압), 심장박동 수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不武不文火候(불무불문화후): 불기운을 싸지도 않고 늦지도 않게 조절하고
非絲非竹松聲(비사비죽송성): 현악기도 아니고 관악기도 아닌 솔바람 소리를 듣네.
啜罷盧㒰七椀(철파노동칠완): 盧仝(노동)처럼 일곱 잔을 마시고 나니
飄然身上太淸(표연신상태청): 몸 위의 맑은 하늘로 날아갈 듯하네.
(火候: 丹藥 할 때의 불 조절, 文火는 불을 늦춤, 武火는 불을 높임)

이 시는 조선 중기 문신 李睟光(이수광, 1563~1628)의 <飮茶(음다, 차를 마시다)>로서 불의 강도를 조절하여 차 끓이는 과정과 차를 마신 다음의 느낌을 담고 있다. 차를 끓일 때는 불기운을 너무 높여도 안 되고 너무 낮추어도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시원한 솔바람 소리가 들리는 한적한 자연 속에서 차를 달이는 과정을 보여준 뒤에 盧仝(노동, 795?~835)의 시처럼 차 일곱 잔을 마시고 나니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한 상태가 됨을 말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될 것이다.
일찍이 노동은 <茶歌(다가, 차의 노래)>에서 “첫째 잔은 목과 입술을 적셔 주고, 둘째 잔은 외로운 시름을 깨쳐 주고, 셋째 잔은 메마른 창자를 헤쳐 주어 다만 오천 권의 책만 남게 되네. 넷째 잔은 가볍게 땀이 나서 평생의 불평한 일을 毛孔(모공)에서 흩어지게 하고, 다섯째 잔은 살갗과 뼈를 맑게 해 주고, 여섯째 잔은 신선의 영험에 통하게 하고, 일곱째 잔은 마실 것도 없으니 문득 양쪽 겨드랑이에서 맑은 바람이 시원하게 일어남을 깨닫네.(一碗喉吻潤 兩碗破孤悶 三碗搜枯腸 惟有文字五千卷 四碗發輕汗 平生不平事 盡向毛孔散 五碗肌骨淸 六碗通仙靈 七碗喫不得也 唯覺兩腋習習淸風生)”라고 하여 차의 효용을 적극적으로 찬양한 바 있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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