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중의, 한시를 통한 세상 엿보기(261)

 

한여름에는 밤에도 지독한 더위가 잠을 설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야간 온도가 25℃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熱帶夜(열대야)는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 산이나 바다 같은 자연 開豁地(개활지)에는 공기 순환이 활발하여 낮 기온이 높더라도 밤에는 淸凉(청량)한 느낌이 들지만 對流(대류)가 원활하지 못한 도시에는 밤이 깊도록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다.

蒲席筠床隨意臥(포석균상수의와)

부들방석과 대나무 평상에 마음대로 누우니

虛踈箔度微風(허령소박도미풍)

빈 난간과 성긴 발 사이로 산들바람이 부네.

團圓更有生凉手(단원갱유생량수)

둥근 부채는 또 서늘한 바람을 만드는 솜씨가 있으니

頓覺炎蒸一夜空(돈각염증일야공)

문득 무더위가 밤에 온통 사라짐을 깨닫네.

이 시는 조선 중기의 학자 奇大升(기대승·1527~1572)의 ‘夏景(하경, 여름 풍경)’으로 낮 더위가 심한 여름밤에 부들방석과 대나무로 평상에 드러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고 둥근 부채로 서늘한 바람을 일으키니 더위가 사라지게 됨을 말하고 있다. 밤에는 더위를 잊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 후기 시인 丁若鏞(정약용·1762~1836)도 ‘夏夜對月(하야대월, 여름밤에 달을 마주하다)’에서 “시원한 바람은 솔솔 불어 나를 일으키고, 동산의 검은 솔숲으로 달이 솟네. 기울고 처진 솔가지는 지붕을 가리고, 가로로 나는 달그림자는 뜰의 그늘을 지나네.(凉風蕭蕭吹我起 東峯月吐雲松林 松枝側垂蔭屋瓦 月影橫飛過庭陰)”라고 하여 무더운 날이라 하더라도 밤에는 기온이 시원하게 내려가게 된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여름의 정점인 유월 炎天(염천)에 덥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過慾(과욕)이다. 세상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는 말처럼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는 게 좋다. 미리 더위를 겁내어 吳牛喘月(오우천월)할 것은 아니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