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중의, 한시를 통한 세상 엿보기(264)

▲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바야흐로 봄에 심은 고구마의 굵어진 뿌리가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고구마는 塊根(괴근, 덩이뿌리) 속에 영양분을 저장하는 식물로서, 요즘은 건강식품으로 脚光(각광)을 받고 있지만 이 땅에 처음 도입되던 조선 후기에는 백성의 굶주린 배를 채워줄 救荒作物(구황작물)의 하나였다.
李裕元(이유원, 1814~1888)은 󰡔林下筆記(임하필기)󰡕에서 “고구마는 열매 중에서 가장 늦게 나온 것으로 기근을 구제하고 목숨을 연장할 수 있으며, 또 蝗蟲(황충)을 막고 가뭄을 피할 수 있다. 처음에 閩(민)ㆍ廣(광) 지역에서부터 거의 온 천하에 퍼졌는데, 유독 우리나라는 근래에 일본에서 종자를 구입하여 해안가의 몇몇 고을에 퍼뜨려 재배하지만 산골과 들판의 주민은 고구마가 어떤 물건인지 알지 못한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대체로 다른 나라의 고구마 종자는 중국에서 전파된 것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그것은 일본에서 수입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甘如螫乳質胚渾(감여석유질배혼): 꿀처럼 달고 살이 엉기지 않고 부드러우니
芋薯區區不足論(우서구구불족론): 토란과 마는 구구하게 논할 바 못 되네.
隙地容光皆可種(극지용광개가종): 햇살이 비치는 빈 땅이면 어디나 심을 수 있으니
埋根伏卵最能蕃(매근복란최능번): 뿌리를 계란 눕히듯이 묻으면 가장 잘 자란다네.

이 시는 조선 후기 문신 沈象奎(심상규, 1766~1838)의 <甘藷(감저, 고구마)>로서, 고구마의 맛과 재배환경 및 경작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고구마는 시인이 먹어 본 작물 중에서 가장 단맛을 지녔고 또 살이 엉기지도 않고 부드러워서 토란이나 마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게다가 재배 환경도 햇살이 드는 곳이면 어디나 가능하고, 처음 종자를 심을 때에도 고구마 덩이를 달걀처럼 눕혀서 묻어 놓기만 하면 거기에서 모종으로 쓸 새싹이 돋아나게 된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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