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중의, 한시를 통한 세상 엿보기 (267)

▲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음주와 가무를 즐겼다고 한다. 그 견고한 전통은 관광버스를 한 번만 타 보면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웬만한 관광용 차량에는 음주가무용 장비가 마련되어 있다.

두었던 鍾鼓琴瑟(종고금슬) 날로 즐겨 놀지어다

百年(백년) 後(후) 돌아보오 華屋(화옥)에 뉘 들쏘니

生前(생전)에 다 즐기지 못하면 뉘우칠까 하노라

이 시조는 조선 후기 문신 權益隆(권익륭·1660~?)의 작품으로 ‘風雅別曲(풍아별곡)’ 6수 중 하나이다. 악기가 있으면 그것을 타며 즐거이 놀아야 한다고 하면서, 죽고 나면 아무도 좋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만큼 생전에 마음껏 즐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少年行樂惜年華(소년행락석년화)

소년 시절에 行樂(행락)할 때는 세월이 아쉬워서

把酒狂歌對落花(파주광가대낙화)

술잔 잡고 마구 노래하며 지는 꽃을 마주하였네.

老去春心都不管(노거춘심도불관)

늘그막에는 春心(춘심)은 도무지 상관하지 않고

臥看群綠政婆娑(와간군록정파사)

누워서 정녕 무리 지어 일렁이는 녹음만 바라보네.

이 시는 전기 문신 李荇(이행·1478~1534)의 ‘四月二十八日 靑鶴洞書舍(사월이십팔일 청학동서사, 4월 28일 청학동 서사에서)’로서 젊은 날에 탐닉하던 행락이 늘그막에는 흥미가 없어졌음을 말하고 있다. 요컨대 음주가무는 청춘 시절에 즐겨야 함을 말하고 있다.

1954년에 발표된 황정자의 <노랫가락 차차차>(김영일 작사, 김성근 작곡)의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은 못 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차면 기우나니라/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화란춘성 만화방창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차차차 차차차”라는 가사는 바로 젊은 시절에 놀고 즐겨야 한다는 관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