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중의, 한시를 통한 세상 엿보기 (270·끝)

▲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오늘은 지난 1년 동안 매일 빠뜨리지 않고 써 온 ‘한시를 통한 세상 엿보기’라는 시리즈를 마감하는 날이다. 連載(연재)를 시작할 때 朱熹(주희)의 <偶成(우성)>에 나오는 공부의 자세를 언급하며 寸陰(촌음)을 아껴야 한다는 교훈을 소개한 바 있으므로, 이제 그것을 마무리하는 자리인 만큼 여기에서는 풍성한 收穫(수확)에 대한 기대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예로부터 공부는 농사에 比喩(비유)되곤 하였으니 학문의 과정이 바로 農耕(농경)의 그것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老翁守雀坐南陂(노옹수작좌남피): 노인은 참새를 쫓느라고 남쪽 비탈에 앉아 있고
粟拖狗尾黃雀垂(속타구미황작수): 개꼬리 같은 조 이삭에는 참새가 매달려 있네.
長男中男皆出田(장남중남개출전): 맏아들과 둘째아들은 모두 들로 나가고
田家盡日晝掩扉(전가진일주엄비): 농가에는 종일 낮인데도 사립문이 닫혀 있네.
鳶蹴鷄兒攫不得(연축계아확부득): 솔개가 병아리를 덮치지만 채어 가지 못하거늘
群鷄亂啼匏花籬(군계제포화리): 박꽃 핀 울타리에서 뭇 닭이 어지럽게 우네.
少婦戴棬疑渡溪(소부대권의도계): 젊은 아낙은 함지를 이고 머뭇머뭇 시내를 건너는데
赤子黃犬相追隨(적자황견상추수): 벌거숭이 아들과 누런 개가 뒤따르며 서로 좇네.

이 시는 조선 후기 실학자 朴趾源(박지원, 1737~1805)의 <田家(전가, 농가)>로서 秋收(추수)를 앞둔 농촌의 부산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조 이삭에 매달린 참새를 쫓는 노인, 들판에 나간 아들 형제, 주인 없는 틈을 노려 병아리를 덮치다 실패한 솔개, 음식을 내어 가는 젊은 아낙과 벌거숭이 아들 및 누렁이 등이 모두 풍성한 수확을 위한 노력의 과정이라 하겠다. 올 가을에는 독자 모두에게 풍성한 收穫(수확)의 기쁨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지난 1년여 동안 ‘한시를 통한 세상 엿보기’를 애독해 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하루도 빠짐 없이 옥고를 보내주신 성범중 교수님께도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유익한 칼럼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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