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울산의 소비자 물가는 전국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물가 상승률은 설 명절을 비롯한 계절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농산물과 담배값 등의 인상이 한몫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선회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시민들의 시각이다. 한 달이 멀다 하고 엇갈려 나오는 경기 전망에 수시로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예산 조기집행 계획까지 세웠던 정부가 이제는 경기 과열이 걱정이란다. 그래서 연중 예산을 고루 집행하는 균형집행을 통해 경기속도 조절에 나서겠다고 한다.

 지난해 연말부터 각 연구소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경기회복론, 1월에 진부총리가 방송에서 밝힌 경기바닥론, 이어 위험수위로 치달은 서울 일원의 부동산 투기 열풍과 주식시장의 활황세 등이 경기과열을 우려한 정부의 경기속도 조절 방침을 뒷받침해 준다.

 그러나 이에 반해 수출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수출선행지수가 되는 신용장(L/C) 2월 내도액도 사상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대미 수출이 다소 개선됐다고는하나 감소폭 둔화의 수준에 불과하며 대일 수출엔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한동안 초강세를 보여온 반도체의 현물값도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무엇보다 경기가 풀렸다는데도 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만 더욱 크게 느껴야하는 게 큰 문제다.

 요즘처럼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서민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물가이다. 울산의 소비자 물가가 전국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다는 것은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여기다 경기가 과열로 치닫고 있다니 왔다갔다 하는 우리의 경제정책은 걱정스럽다. 그것은 결국 내수 주도의 성장, 심화되는 빈부 격차 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부양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집착이, 성장의 실체가 잡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리부터 경기과열 대응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결과를 부른 셈이다. 경제부처들이 KDI의 보고서만큼이나 정책에 참고하는 것이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널 뛰는 경제정책으로 경기진폭이 커지면 경제불안만 증폭될뿐이다.라고 했다. 이제부터라도 구조 조정과 경쟁력 강화에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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