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동 구남마을 교량공사현장 연체동물 화석층

발견 열흘만에 시공사 ‘안전 이유’ 대부분 훼손

울산시·문화재청 등 안일한 대처 책임논란 일듯

▲ 조개와 굴을 비롯한 연체동물 화석층이 발견된 울산시 북구 신현동 구남마을 교량 공사 현장. 21일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현장확인을 위해 방문했지만 공사관계자들이 중장비를 이용해 화석층을 이미 훼손해 버렸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울산시 북구 신현동 구남마을 교량 공사현장에서 대규모 연체동물 화석층이 발견(본보 7월11일자 1면 보도)된 것과 관련, 21일 문화재청 실태조사팀이 현장을 방문했지만 주요 화석층은 발견 열흘만에 대부분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울산시와 문화재청, 시공사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화석층 발견을 최초로 확인한 경북대 양승영 명예교수와 문화재청 실태조사팀은 이날 오전 조개, 소라 등의 화석이 촘촘하게 층을 이룬 화석층 대신 굴삭기 자국만 선명하게 남은 비탈면과 마주쳤다.

조사팀이 문화재 및 천연기념물 등록여부를 조사해야 할 대상지가 모두 훼손 돼 형체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화석층이 있던 현장은 현재 방어진~포항 간 미포국가산업단지 진입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시공사인 대하건설 관계자는 “안전상의 이유로 해당 구역을 굴삭기로 긁어낼 수밖에 없었다”며 “이암층으로 된 공사장 일대는 물을 머금었다가 건조되는 과정에서 부스러지기 때문에 며칠 전 비가 온 직후 작업을 실시했다. 그대로 놔두었을 경우 산사태가 우려됐다”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울산시는 시공업체에 현장조사가 끝날 때까지 화석층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도로공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행정기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시공업체 근로자들 간에 의사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화석층이 제대로 된 검증도 받기 전에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안일한 대처로 일관한 울산시와 문화재청 또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공사 측에 충분히 의사를 밝히긴 했으나 구두로만 소통했을 뿐 공문서를 보내는 등의 명확한 의지를 표명하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 또한 ‘건설공사에 의하여 문화재가 훼손, 수몰될 우려가 있다면 그 공사의 시행자는 문화재청장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된 문화재보호법 제12호의 내용을 명확하게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울산시 문화예술과 장수래 과장은 “지자체 담당부서로서 책임을 느낀다. 훼손정도가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서 답변을 하기 힘들다. 향후 일정은 문화재청의 조치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박민호씨는 “현장의 상황을 감안해 좀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위원 선정에다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 이 문제는 문화재청으로 돌아가 자세히 논의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양승영 경북대 명예교수, 이광춘 상지대 명예교수, 백인성 부경대교수, 이연규 전남대 교수 4명으로 구성된 실태조사팀은 이날 훼손된 화석층에 대한 의견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 등록 여부 및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해 이달 말께 울산시로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9일 발견된 구남마을 대규모 집단 화석층은 약 1000만~1500만년 전인 신생대 화석층으로 추정돼 천연기념물 보존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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