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성 중이염

비행기 이착륙 중 기압 급격하게 상승
이관이 막혀 귀 먹먹하거나 통증 느껴
껌·사탕 먹거나 물 자주 마시면 예방
휴식 취하면 대부분 자연치료되지만
심할 땐 일주일 가량 약물치료 받아야

20대 이모씨는 다가오는 휴가에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갈 생각이지만, 지난번 여행을 떠올리면 조금 망설여진다. 바로 항공성 중이염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번 여행 때 코감기를 앓으면서 비행기에 탑승했었다. 코감기에 걸리면 항공성 중이염이 더 심해진다는 사실을 알곤 있었지만 설마했던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하는 동안 제발 빨리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에 잠을 자고 일어 났더니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급기야 귀에서 열이 나고, 잠깐이지만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그는 공항에 도착한 후에도 수시간을 멍멍한 상태로 보내야 했다. 황금같은 휴가가 첫 시작부터 꼬여버렸다.

◇감기, 알레르기 등 앓을 때 발생빈도 높아

비행기가 착륙할 때 갑자기 귀에 통증이 오면서 먹먹해졌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런 항공성 중이염은 비행기가 이륙할 때 보다 착륙할 때 더 자주 나타난다. 비행기가 급속히 하강하게 되면 기압이 급격하게 올라가게 되고 이것으로 이관이 막혀 먹먹하거나 귀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심한 경우 중이(中耳)에서 피가 나올 수 있다. 

▲ 하나이비인후과 한치성 전문의가 항공성 중이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차를 타고 터널 속으로 들어갈 때나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도 비슷한 경우가 있어 ‘잠수성 중이염’이라 불리기도 한다.

하나이비인후과 한치성 전문의는 “항공성 중이염의 원인은 갑작스러운 기압의 변화 때문이며, 추후에 이관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특히 감기, 축농증, 알레르기 등을 앓고 있다면 항공성 중이염이 더 쉽게 발생한다”고 조언했다.

고막 안쪽에 염증이 생기는 중이염에 걸리면 열이 나고 귀에 심한 통증을 느끼지만 대부분 일주일 정도 약물치료를 받으면 증세가 호전된다. 또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게 되는 증상으로 가볍게 여겨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증상이 며칠 동안 지속된다면 고막 앞쪽에 점막 분비물이 고이는 삼출성 중이염으로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기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한치성 전문의는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약물치료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더 나아가 약 처방으로도 회복이 되지 않는다면 고막을 절개해 분비물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이 만큼 악화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착륙방송 나오면 잠에서 깨고, 하품 한번

이관은 평소에는 닫혀 있으며, 침을 삼킬 경우에만 잠깐 열리고 닫힌다. 이관이 열리고 닫히면서 귀 안팎의 압력을 조절하는 것이다. 따라서 항공성 중이염이 걱정된다면 비행기에 탑승할 때 껌이나 사탕을 가지고 타는 것이 좋다. 물론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정도로도 도움이 안된다면 잠수부들이 흔히 사용하는 강제 환기법인 발살바(valsalva)를 추천한다.

한치성 전문의는 “발살바는 고막 내부공간인 중이강에 압력을 불어넣어 착륙 시 발생하는 기압차를 극복해주기 때문에 착륙 전에 2~3회 반복하면 귀 통증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항공성 중이염을 앓기 쉬운 컨디션이라면, 착륙 안내 방송이 나올 때 잠을 자지 말고 꼭 일어나 착륙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이관이 계속 닫혀 있기 때문에 더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증을 덜기 위해 ‘아~’하고 입을 벌리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입을 벌린다고 이관이 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 하품을 하는 경우에는 이관이 열려 항공성중이염의 통증을 덜어주기도 한다.

또 귀 바깥부분을 손으로 누르는 행동도 조심해야 한다. 이는 오히려 공기가 원활하게 드나드는 것을 막기 때문에 통증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항공성 중이염이 걱정되는 컨디션이라면 코감기약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치성 전문의는 “코감기 약은 코점막이 부어 오르는 것을 막아준다. 또 코 안의 점막과 귀 점막은 서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충열 완화제 성분이 들어있는 항이스테민제나 기타 감기약을 복용한다면 점막 붓기가 줄어들어 이관이 넓어질 것”이라면서 “항공성 중이염을 자주 앓는다면 비행기를 타기 전에 전문의와 상의해 적절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3세 이전 영유아의 90%가 중이염을 앓을 정도로 영유아기에는 중이염이 흔하게 발생한다. 때문에 한 전문의는 “아기와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할 경우라면, 혹시나 아기에게 귀 질환이 있는지 확인 후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도움말=한치성 하나이빈인후과 전문의

◇항공성 중이염을 덜어주는 Tip

·침을 자주 삼켜준다.

·물을 마신다.

·사탕을 먹거나 껌을 씹는다.

·하품을 한다.

·발살바(valsalva) 동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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