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특성에 맞는 일·가정 양립제도 고안·확산시켜야”

▲ 울산시가 주최하고 울산여성포럼이 주관한 ‘가정과 직장이 양립하는 가족친화도시 울산만들기’ 세미나 및 토론회가 23일 가족문화센터에서 열렸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울산시와 울산여성포럼(대표 엄순자)이 제19회 여성주간을 기념하여 ‘성장하는 여성, 행복한 울산’이라는 슬로건 아래 ‘가정과 직장이 양립하는 가족친화도시 울산만들기’라는 주제로 23일 오후 2시 울산가족문화센터 소연회장에서 세미나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울산시, 여성계, 시의회, 여성가족정책기관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가정 양립정책의 동향과 전망’에 관한 주제발표와 육아휴직을 경험한 남성 근로자의 사례발표, 정명숙 경상일보 논설실장을 좌장으로 한 토론회 등으로 진행됐다.

엄순자 대표는 “여성인력의 사회적 활용을 높이는 일은 미래발전를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이날 토론회가 여성이 짊어진 부담감을 덜어 주어 결과적으로는 양성이 모두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의 동향과 전망

여성의 경력유지를 위한 생애주기별 지원정책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 지원, 영유아 및 초등학생 자녀기의 육아지원, 근로방식 및 고용문화 개선으로 크게 구분된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일자리·인재센터장은 임신출산기부터 영유아 자녀기에 걸쳐 가장 활성화 되어야 할 정책 과제로는 ‘남성의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의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3%에 그친다. 이를 위해 김 센터장은 “휴직에 대비한 대체인력 활용을 동시에 늘려야 한다. 육아기 자녀를 둔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단축하는 반면 이로 인해 생기는 틈새시간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육정책에서도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 센터장은 시간제 보육시설을 신설하고, 국공립 및 직장어린이집의 확대와 어린이집에 대한 평가인증을 강화하는 등 맞벌이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을 보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산업단지가 몰린 울산지역 특성을 감안하여 “이같은 정부정책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기업체는 물론 노조 측의 참여와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업장의 여건과 근로문화가 제각기 다른 상황에서 각 사업장의 특성에 맞는 일가정 양립 제도를 고안하고 이를 확산시켜 나가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육아휴직을 선택한 남성 근로자

한국전력공사 동울산지사 김민우 대리는 둘째 아이가 태어나던 2012년 말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해 지난해 말까지 1년 간 ‘육아휴직 아빠’로 생활했다.

김 대리는 휴직을 하기 전에 최소 3개월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육아휴직은 보통 어린 자녀와 함께 보내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1년 뿐이다. 1년은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어린 아이의 발육 속도를 감안하면 꼭 넉넉하다고만 볼 수도 없다. 아까운 기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아이의 발육 단계에 맞는 육아상식을 숙지하는 등 사전준비가 필수다”고 강조했다.

육아휴직 경험자로서 얻게 된 가장 큰 재산으로 김 대리는 “부부간의 상호신뢰와 가족애가 튼튼해져 어떠한 시련이 닥쳐도 이를 헤쳐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라며 “육아휴직이야말로 내 생애 가장 만족할 만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또 “가정으로서 ‘희생’이라는 꽃이 먼저 떨어져야 ‘권위’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며 “굳이 육아휴직이 아니더라도 일·가정 양립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찾아내고, 실생활에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과 여성친화 근무환경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운영하는 울산시여성회관 유인숙 관장은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가족친화인증기업의 확대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유 관장은 “정책만 있을 뿐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제도로 4대 보험 가입과 최저임금 등 기본적 근로조건을 보장하면서 임금 및 근로조건 등에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149만개였다. 5년 내 242만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까지 4575개가 늘어나는데 그치고 있다.

2008년 시작된 가족친화인증제는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로, 해당 기업에는 정부포상과 정부사업 참여시 우선권 부여와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이다. 그러나 시행 6년차가 되도록 산업도시 울산에는 단 4곳의 기업만이 가족친화인증을 받았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가족친화경영 도입을 비용으로 인식하고 경제적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유 관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가족친화인증제에 대한 무료컨설팅 기회를 늘리는 한편 고용주의 인식 개선과 배려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돌봄지원과 일가정양립 구축방안

강혜경 경성대 조교수(울산여성의전화 대표)는 여성 경제인구를 늘리는데 가장 큰 걸림돌인 일가정 양립문제의 원인을 돌봄활동에 대한 부적절한 사회인식으로 해석했다. 가사와 간병, 육아를 모두 포함하는 돌봄노동에 대해 적절한 가치평가가 이뤄지지 않고는 절대로 일가정 양립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강 교수는 “돌봄노동이 가정 내 여성에 의해 이뤄지는 사적 영역인데다 비전문적이고 비숙련적인 노동으로 인식되는 한 여성 노동의 활성화와 가치창출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과제”라며 “이같은 사회인식 때문에 전업주부는 새로운 경제활동을 시도하는데 주저하게 되고, 일하는 여성 또한 과중한 가사일로 힘들게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일가정 양립의 양성평등 사회는 돌봄노동의 재평가로 남성과 여성이 돌봄노동에 모두 참여할 때 가능하며, 사회적 인식변화를 유도하는 방법론 또한 향후 지속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리=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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