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재건축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안전진단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재건축을 할 때 소형 평형 주택을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24일 발표된 정부의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한다.
 ◇ 주택 낡고 주거환경 나빠도 재건축 가능하도록
 우선 시장·군수·구청장이 재건축사업을 할지 판정하는 잣대가 되는 안전진단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행 안전진단에서는 구조안전성(기울기·내구성 등), 설비 노후도(마감재·기계설비·전기설비 등), 주거환경(주차 여건·일조 여건 등), 비용(경제성) 등 4가지를 평가해 점수로 환산한다.
 이 중 먼저 구조안전성을 평가하는데 여기서 가장 낮은 ‘E’ 등급을 받으면 곧장 재건축 판정이 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머지 평가요소를 종합평가한 점수가 일정 수준 이하여야 재건축사업을 할 수 있다.
 종합평가에서도 ‘E’ 등급이 나오면 바로 재건축을 할 수 있고, ‘D’ 등급이면 조건부 재건축(시장·군수·구청장이 사업 시기 결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A∼C’ 등급을 받으면 ‘유지보수’에 해당한다. 사실상 재건축 대상이 아니란 평가다.
 국토부는 앞으로 설비 노후도나 주거환경의 평가 비중을 높여 구조안전성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어도 재건축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준을 조정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조안전성 평가 결과 몇 년 정도 더 쓸 수 있다고 해도 배수관이 심하게 낡았거나 주차 여건이 열악하고 주변이 슬럼화되는 등 설비 노후가 심각하고 주거환경이 나쁘면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사업이 통상 구조안전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연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조치는 재건축사업 시기를 앞당기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재건축을 할 때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가구 수 기준으로는 60%, 연면적 기준으로는 50% 이상 확보하도록 한 요건도 완화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으로 가구 수 기준은 유지하되 연면적 기준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후한 주택에 사는 주민의 불편을 줄이고 소형 주택을 많이 짓는 시장 상황을 반영해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건축 규제 완화는 서울 강남 재건축시장에 가장 1차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조치란 점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이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서울 지역 아파트가 이 조치의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 시장에서 나온다.
 국토부는 또 재개발 구역 내 저소득 세입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때 그 보증금을 주택기금에서 저리로 융자해주는 방안, 뉴타운 해제 지역이나 장기간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곳에 대해 실태를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정비를 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조례를 통해 의무화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사업 공공관리제는 주민들이 판단해 임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고치기로 했다.
 공공관리제란 시장·군수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설계자·시공자의 선정, 정비사업자 선정 등을 지원해 정비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다.
 국토부는 8월 중 이런 사안들에 대한 최종안을 확정해 재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 청약제도는 단순화…유주택자 불이익은 줄이기로
 청약제도도 손질한다. 너무 복잡한 제도를 알기 쉽게 단순화하고 유주택자에 대한 불이익을 줄이는 방향이다.
 우선 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청약종합저축 등 4종류에 달하는 청약통장이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일원화된다.
 또 국민주택 등의 입주자를 선정할 때 청약통장 불입 횟수에 따라 1∼3순위로 나눈 뒤 다시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저축 가입 기간 등에 따라 서열을 매기는 복잡한 구조도 단순화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 수가 많을수록 우선순위를 주는 큰 틀은 유지하되 너무 복잡하게 설계된 제도는 단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주택 청약 때 적용되는 청약가점제에서 2주택자는 10점, 3주택자는 15점을 감점하도록 돼 있는 감점 조항은 없애기로 했다. 유주택자는 이미 가점 항목인 무주택기간에서 ‘0’점을 받는데 다시 감점을 주는 것은 지나친 불이익이란 판단에서다.
 가점제에서 무주택자는 무주택 기간에 따라 최고 32점(15년)까지 가점을 받는다.
 한번 청약예금에 가입한 뒤 가입금액을 변경해 청약할 수 있는 주택 면적을 바꾸려면 가입 후 2년이 지나야 하는 것도 개선하기로 했다.
 청약통장이 목돈 마련의 수단이 되도록 예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은 늘릴 방침이다. 총급여가 7천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에 대해 현재 120만원인 소득공제 한도를 240만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에 대한 세부안을 확정해 10월께 청약제도 개선대책을 내놓은 뒤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해 내년 1분기 중 시행할 방침이다.
 ◇ 디딤돌 대출, 1주택자로 확대 시행
 서민을 겨냥한 주택담보대출인 디딤돌 대출은 9월께부터 대상이 무주택자에서 1주택자로 확대된다. 다만 1주택자는 일정 기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만 한다.
 무주택자뿐 아니라 중산층의 주택 교체 수요까지 지원한다는 취지다.
 디딤돌 대출은 올해 상반기 5조원가량 대출이 이뤄졌는데 하반기에는 대상자 확대로 최대 6조원까지 융자할 계획이다.
 또 부동산 투자이민제의 투자 대상에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미분양주택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 이르면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여러 부처·기관에 걸쳐 있는 ‘덩어리 규제’의 선도적 시범사례로 건축규제 개선도 추진된다. 국민 생활이나 기업 활동에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도로와 인접한 건물의 높이 제한을 폐지하는 등 건축기준을 완화하고 대신 인센티브를 늘리기로 했다. 또 복잡한 건축규정 체계를 일원화하고 절차는 간소화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구체적인 개선 내용을 다음 달 발표할 계획이다.
 이 밖에 이전부터 추진해오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 등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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