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기감 드러낸 성적표

▲ SK울산공장 전경. 경상일보 자료사진

울산지역 정유업계가 경영악화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글로벌 업황 부진으로 인한 정제마진 축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100원을 팔아도 1원 정도 밖에 남기지 못할 정도로 수익성이 매우 낮다. 여기다 화학제품 매출도 꺾이면서 업계에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본지는 울산의 주력산업인 정유업계의 위기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전망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매출 줄고 영업손실 늘어
지역 정유업체 실적 악화
정제마진 축소가 주원인
SK이노 차입금 10조 달해

◇지역 업계 ‘적자전환’ 쇼크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 16조4937억원에 영업손실 503억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률이 1%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제품 100원을 팔아도 1원 정도 밖에 못 남길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석유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자회사인 SK에너지는 2분기에만 영업손실 2149억원 기록하며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을 갉아먹었다. 그나마 석유개발사업에서 112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적자폭을 일부 메웠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은 2013년 109%에서 올 상반기에는 115%까지 상승했다. 차입금 규모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감된 최태원 회장의 경영 공백이 1년6개월째를 맞으면서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말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 최고경영자(CEO) 30여명이 1박2일 긴급 워크숍을 갖고 위기 극복 의지를 다지기도 했지만 해법 마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3위의 S-OIL도 2분기 5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상반기 전체적으로 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주력인 정유부문에서는 1534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2년 3473억원, 2013년 3219억원이라는 유례가 없던 두 해 연속 적자를 기록 한 뒤여서 S-OIL의 입은 내상은 더욱 커 보인다.

S-OIL 역시 올해 영업이익률이 1%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S-OIL 역시 상반기 부채비율이 지난해 123%에서 131.8%로 뛰었다.

◇업계 “돌파구 쉽지 않다”

정유업계는 이 같은 실적 부진이 중국 등 세계 경기 회복 지연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정제 마진이 감소한 데 따른 구조적인 문제로 진단하고 있다.

과거 IMF(국제통화기금, 1998년) 구제금융때와 리먼 브러더스(2008년) 등과 같이 일시적인 시장상황 악화에서 비롯된 것과는 다른 차원의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수요가 줄어든게 가장 큰 요인이다. 환율하락(원화강세)과 국제유가의 하향안정세, 화학사업 수익성 악화라는 악재도 정유업계의 부진을 부채질 했다.

정유업계가 지난 10여년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고도화시설 증설, 화학제품 추가 등 증설 경쟁에 나선 것도 수요부진의 벽에 가로막혔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업계의 메이저 시장인 중국·인도 등이 정유공장 신·증설에 나서면서 수요가 줄어든게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쳐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유업계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을 비롯한 국내외 어디에서도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업계의 불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강태아기자 kt2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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