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사들은 또 하나의 버거운 ‘적’과 대면하고 있다.
 바로 질병을 대하는 현지인들의 어이없는 인식과 현대의학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다.
 시에라리온에서 의료봉사 중인 영국인 의사 벤저민 블랙(32)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현지인의 일부 부류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며 “이들은 (에볼라에 감염돼도) 주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에볼라 감염 증상을 갖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조차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아프리카 지역에는 아직 주술과 전통의술이 만연해 있다. 특히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이 집중된 시에라리온과 기니, 라이베리아의 외딴 시골 지역에서는 그런 양상이 더욱 뚜렷하다.
 누군가가 죽으면 그 시신을 가족이나 친척이 만지고 키스하는 현지의 관습 역시 바이러스의 확산을 심화시키는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실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일부는 최근 친척이나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온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블랙은 설명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을 접촉한 사람에게 전염되기 때문에 사망자나 감염자와의 직접 접촉을 피하는 것이 일차적인 예방 수칙이다.
 이에 더해 의사들이 병을 감염시키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퍼지면서 치료 지연과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블랙은 전했다.
 상당수 환자가 병세가 많이 진행된 다음에야 병원을 찾기 때문에 병원에 온 지 얼마 안 돼 사망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의사가 혈액검사를 위해 환자에게 주삿바늘을 꽂는 장면을 본 현지인들은 이를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블랙은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은 계속될 것”이라고 답답해 했다.
 영국 런던의 휘팅턴 병원에서 근무하는 블랙은 지난 6월 산부인과 의료봉사를 위해 시에라리온을 방문했다가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감염 환자를 관리하는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다.
 ‘죽음의 바이러스’로도 불리는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서아프리카에서는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7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바이러스는 구토, 고열, 설사 및 출혈 등의 증세를 보이며 치사율이 최대 90%에 이르지만, 아직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발견되지 않았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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