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승한 울산시티병원 정형외과 전문의가 골형성부전증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400km정도 떨어진 시골마을에 거주하는 아홉살 머른은 명석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도에서 3등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다. 하지만 머른은 선천성 유전질환인 골형성부전증 때문에 또래의 아이들보다 왜소한 체구를 가졌고, 잘 걷지도 못한다. 친구들처럼 공놀이도 하고, 뛰어 놀고 싶지만 마음뿐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의료환경이 열악한 몽골에서는 도저히 고칠 방법이 없었다. 때마침 머른의 부모님은 울산시티병원에서 시행하는 무료 수술 소식을 접하게 됐고, 머른은 지난 5월 울산을 찾았다. 다행히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9년 만에 새로운 다리를 얻게 된 머른은 이제 목발이나 휠체어가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됐다.

“머른은 태어날 때부터 수차례의 골절과 장골의 휘어짐을 겪었다. 단순 방사선의 소견에서 환아의 양측 대퇴골과 경골 모두 심하게 휘어 있었고, 한쪽 다리의 경우 이전 골절로 성장판을 다쳐서 다리 길이의 차이까지 보이고 있었다. 환아는 양쪽 대퇴골과 경골 모두 다발성 절골술과 골수강내 금속정삽입술로 교정수술을 받은 후 몽골로 돌아갔다.” -차승한 담당의 소견 중에서.

체내 콜라겐 생성 관여 유전자 결손
잦은 골절상·성장장애·척추만곡 유발
국내 600~1천명 추산…유전확률도 50%
완치보다는 진행속도 늦추는데 초점
축구·농구 등 격렬한 운동은 자제해야

◇콜라겐 생성하는 유전자 결손이 원인

골형성부전증 환자들은 재채기를 하거나 포옹을 하는 등의 가벼운 행동만으로도 뼈가 부러지는 유리몸을 가졌다. 이 병은 이름 만큼이나 매우 생소한 희귀난치성질환이다. 현재 국내 골형성부전증 환자는 대략 600~1000명으로 추산되며, 신생아 2만~3만명당 1명꼴로 태어난다. 부모 중 한쪽이 골형성부전증 환자라면 자식에게 유전될 확률은 50%이다. 

▲ 골형성부전증을 앓는 환자들은 뼈가 심하게 휘거나 자주 부러지는 증상을 겪는다.

이 병의 주된 증상은 잦은 골절이다. 출생 시 산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뼈가 부러지는 경우도 흔하며, 일생생활 속 사소한 접촉사고로도 골절상을 겪는다. 심하게는 일생 동안 수백차례에 걸쳐 골절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 성장장애, 척추만곡 등으로 인해 1m 안팎의 신장을 가진 환자들도 있다.

차승한 울산시티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는 “골형성부전증 환자가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일반적으로 사춘기 이전까지 증상이 심하고, 이후로는 감소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발병 원인은 체내 콜라겐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결손으로 보고 있다. 골형성부전증 환자들은 콜라겐 생성에 결함을 갖고 있거나 정상인보다 적은 양의 콜라겐을 생성해 뼈가 쉽게 부러지기 때문이다. 콜라겐은 신체의 피부, 혈관, 뼈, 치아, 근육 등 결합조직을 구성하는 주된 단백질로 건축구조물의 뼈대와 같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수영, 걷기 등 골절 위험 낮은 운동 추천

골형성 부전증 환자를 진단함에 있어서 눈 흰자위 부분(공막)이 푸르다든지, 치아의 형성부전, 전반적인 골다공증과 동반된 장골의 휘어짐 또는 다발성 골절 등의 임상 소견이 매우 중요하다.

차승한 전문의는 “임신 초기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으나 양쪽 부모 모두 건강한 경우라면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골형성 부전증은 임상증상을 통해 네가지(Ⅰ·Ⅱ·Ⅲ·Ⅳ)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Ⅰ형의 경우 눈 흰자위가 푸르스름하며 골절 등의 증상은 가장 가볍게 나타나 또래와 키도 비슷하고, 어느 정도의 운동도 가능하다. Ⅱ형은 눈 흰자위가 검푸르며 증상이 제일 심해 대부분 태어나면서 사망한다. Ⅲ형은 생존 환자 중 가장 심한 형태로 흰자위 색깔은 정상이지만 골절이 매우 쉽게 일어나고 키도 아주 작다. 대부분 보행할 수 없어 휠체어를 사용하며 척추 측만증도 심하게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Ⅳ형은 Ⅰ과 Ⅲ의 중간 정도 질환으로 볼 수 있다.

차승한 전문의는 “골형성부전증은 완치를 위해 치료하기보다 진행 속도를 늦추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목적을 둔다. 뼈를 두껍게 하는 약물 치료와 척추만곡의 진행을 늦추는 척추유합술 등의 수술요법이 사용되기도 한다”면서 “환자는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영 등의 운동을 많이 해 근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수술적 치료 역시 환자의 운동 능력을 좋게 하기 위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 축구, 농구와 같은 경쟁적인 운동은 골절을 유발할 수 있어 자제해야 하고, 수영이나 걷기 운동과 같은 골절의 위험이 낮은 운동이 좋다.

마지막으로 차승한 전문의는 “골절이나 휘어짐 증상이 심한 경우 다발성 절골술과 함께 골수강내 금속정 삽입을 치료원칙으로 하며, 통상의 환자들에서 사용하는 금속판은 고정된 말단 부위에서 휘어짐이 발생할 확률이 높으므로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도움말=차승한 울산시티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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