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정기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
 반면, 다른 제2금융권인 보험·카드·대부업계는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단기적·즉각적인 영향은 거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축은행서 연리 3.3%대 예금까지 등장…금리 마케팅 ‘박차’
 20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대구 지역에 기반을 둔 참저축은행이 전날 100억원 한정의 연 복리 이자율 3.3%(세전)의 특판 정기예금을 내놓자마자 하루도 안 돼 판매액이 10억원을 돌파했다.
 연리 3.3%는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통틀어 최근에 나온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금리가 가장 높다.
 안혜진 참저축은행 수신팀장은 “온종일 해당 상품에 가입하려는 고객의 방문과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며 “이 추세라면 일주일 안에 판매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 14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금리가 연 1%대까지 떨어지는 초저금리 정기예금 상품이 속출하고 있는 데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구 지역에 기반을 둔 유니온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150억원 한정으로 연리 3.35%의 특판 정기예금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 상품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당일 완판 됐다.
 부산·경남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동원제일저축은행은 지난 18일 100억원 한도로 연리 3.04%로 특판 정기예금을 출시하자 상품에 가입하려는 내방 고객이 줄을 잇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초 개점 기념으로 500억원 한정의 최대 연 3.2% 금리의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자 출시 사흘 만에 판매가 끝나기도 했다.
 초저금리 환경 탓에 저축은행으로 정기예금 가입 수요가 몰리자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저축은행도 속속 나올 전망이다.
 웰컴저축은행은 이달부터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기존 연 2.6%에서 연 2.7%로 인상했다.
 조시연 웰컴저축은행 CRM팀장은 “예금금리를 인상하고 나서 상품 가입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추후 예금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저금리 기조로 시중 은행권의 1% 금리대의 정기예금 상품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이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기회가 저축은행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정부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완화에 따라 부동산경기가 활성화되면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전국 87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평균 금리는 정기예금이 2.75%, 정기적금이 3.48% 수준이다.
 현재 정기예금으로 연 3% 이상의 이자율을 주는 저축은행은 특판 상품을 출시한 2곳(참, 동원제일) 외에 조흥(연 3.16%), 유니온(연 3.14%), 한성·청주·대명·친애·드림(연 3.0%) 등 총 9곳이다.
 목돈 마련에 뜻이 있다면 정기적금 상품도 저축은행이 역시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 유리하다. SBI·OK·아산·청주저축은행 등이 정기적금 상품에 연 4∼5%대의 금리를 제공한다.

 ◇보험·카드·대부 “한은 금리 인하 즉각적 영향 없을 것”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1%대까지 떨어지면서 보험사는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자산운용을 통한 수익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자산운용수익률은 4%대 초반까지 떨어진 데 반해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료 적립금 평균이율은 5%를 웃돌면서 역마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보험사는 공시이율(보험상품에 적용하는 금리)과 예정이율(보험상품의 예상 수익률)을 계속 낮추는 방식으로 역마진 폭을 줄이는 실정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이번 한은의 금리 인하가 단기적·즉각적으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에서 충분히 예견돼 그 자체만으로 받는 타격은 크지 않다”며 “문제는 저금리 기조가 시장에서 장기화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돼 금리 위험이 바닥을 쳤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이번 한은의 금리 조정 여파 하나로 내달 공시이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드업계도 이번 한은의 금리 인하가 단기적·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세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는 대개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한다”며 “회사채는 단기가 아니라 보통 1∼2년 단위로 운용되기 때문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된다면 카드사는 회사채도 저금리 조달이 가능하게 돼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카드 대출상품의 금리 인하 여지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대부업계도 이번 한은의 금리인하폭이 미미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선 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국내 대부업체들이 국내 저축은행·캐피탈에서 빌리는 자금 조달금리가 9% 안팎인데 이번 한은의 금리 인하로 조달금리가 크게 낮아지기는 힘들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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