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확대안 문제로 올해 임금협상 지지부진

법적 판단 나오지 않은 르노삼성 사례 참고해야

노조도 출구전략 모색을

현대자동차는 26일 열린 17차 교섭에서 임금과 성과급을 포함한 일괄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통상임금 등 회사 제시안이 부족하다며 거부해 잠정합의안 마련에는 실패했다.

회사는 전날 정년연장과 주간연속 2교대제 수용안에 이어 이날 교섭에서 임금 8만9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300%+450만원, 품질목표 달성격려금 50%, 사업 목표달성 장려금 200만원 등의 안을 냈다.

회사는 또 쟁점이 되는 통상임금 안건과 관련해 지난 16차 교섭 제시내용에서 한발 더 나아가 통상임금 논의 전담기구를 확대·신설하자고 제시했다. 즉 “기존 ‘임금체계개선 분과위’를 포함한 ‘임금체계개선 위원회’를 확대·신설하고, 통상임금 문제와 임금체계개선 및 선진 임금체계 도입방안 등 대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주지하듯 올해 현대차 노사협상은 통상임금 문제를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이 팽팽해 협상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올해는 회사가 임금과 성과급 등 임금성 부분을 통상 협상 막바지에 제시했던 과거와 달리 임금과 성과급을 조기에 제시해 통상임금 문제만 가닥을 잡으면 이르면 내주초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전망되고 있다.

◇성남시내버스노조, 이달 20일 대법원서 패소

올해 노동계 최대화두는 단연 ‘통상임금 범위 확대’이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등 지역 대표기업들도 통상임금 안건이 노사협상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통상임금 문제만 해결되면 나머지 안건은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국내 노동계가 핵심안건으로 들고 나온 통상임금문제는 개별 기업별로 법원 판결이 다르게 나와 산업현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 판결의 핵심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갖춘 소정 근로의 대가일 겨우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 요건을 충족해 통상임금 판결에서 승소하는 노조가 있는가 하면 상당수 노조들은 ‘고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판결에서 패소했다.

현대차의 경우에도 패소한 기업들처럼 고정성이 결여돼 있다는 분석이 많아 노조의 패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대차와 상여금 지급조건이 동일한 대한항공은 2개월 기준 1/4(15일)미만 근무시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얻어냈고, 이달 20일에는 성남시내버스노조가 ‘13일 미만 근무자에게는 정기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하기도 했다.

◇일부 대기업 ‘별도 논의체’로 문제해결

다수 기업들은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아직 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아 노사가 교섭에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르노삼성, STX조선, 대우조선해양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들은 교섭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다루지 않고, 별도의 노사 논의체를 만들어 추후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통상임금 문제 해결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노사가 공감한 것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상황으로만 본다면 현대차 노사 어느 일방이 통상임금 문제를 양보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극적 합의안을 이끌어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교섭과 분리해서 타협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다른 대기업처럼 임금협상과 분리해서 노사 별도 논의체에서 심도있게 협의하는 방법이다.

◇통상임금 거시적·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통상임금 문제가 선결되지 않고는 올해 현대차 임금협상 타결은 요원하다. 이경훈 집행부는 협상전부터 조합원들에게 통상임금 쟁취를 강하게 어필했다. 이러다 보니 현장을 비롯해 주변 분위기가 올해 임금협상이 마치 ‘통상임금 협상’으로 비춰지고 있다.

노동 관계자들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는 하나 이경훈 지부장이 통상임금 문제에 너무 깊이 빠져 있다”며 “무조건 밀어 붙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쪽으로 방향 선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현대차 윤갑한 사장도 교섭석상에서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노조의 태도변화를 수 차례 요청한 바 있다.

노조가 ‘통상임금을 수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이 법적 판단을 근거로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현대차도 법적 판단이 우선”이라는 논리에는 반박할 명분이 약해 보인다.

결국 현대차 통상임금 문제는 노사가 임금협상의 본질적인 부분부터 해결한 뒤에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 판결 사례
회사명상여금 지급 조건
성남시내버스매월 13일 미만 근무 시 상여금 미지급
대한항공2개월 기준 1/4(15일)미만 근무 시 상여금 미지급
신흥교통매월 24일 미만 근무 시 상여금 미지급
대우버스특정시점 재직자에게만 상여금 지급
현대하이스코(하청)특정시점 재직자에게만 상여금 지급
(주)마당특정시점 재직자에게만 상여금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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