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뮌헨 BMW박물관 -(상)BMW벨트·공장투어

▲ BMW본사와 박물관 전경.

Olympia-Zentrum은 1972년 뮌헨 올림픽이 열렸던 곳으로 지금은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되어 이용되고 있지만 올림픽 당시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 소속의 검은 9월단 테러범들이 11명의 이스라엘 선수를 인질로 잡고 이스라엘에 억류중인 200여명의 팔레스타인 정치범을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가 테러범 3명을 제외한 테러범들과 이스라엘 선수 11명 전원이 사살되었던 ‘피의 올림픽’으로 유명한 곳이다. BMW박물관은 그 올림픽 스타디움의 바로 반대편에 위치해 있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스타디움 반대편에 자리잡아
BMW벨트엔 최근 차종과 콘셉트카 중심으로 전시
계단 오르는 오토바이·트라이시클 시승 등 이벤트도
100% 자동화 시스템·친환경적 후처리에 감탄 절로

박물관 투어에 앞서 디트로이트의 포드박물관처럼 공장견학(Plant Tour)이 있지 않을까 싶어, 티켓 구매 데스크에 물으니 11시40분과 오후 4시께 단 두 번 영어로 설명해 주는 투어가 있다고 한다. 선택권이 없었다. 독일어는 읽을 줄은 알아도 들을 줄은 모르니 선택권이 없었다. 무조건 11시40분 티켓을 예매하고 나니 갑자기 시간이 남는다. Plant Tour(공장 투어)에 앞서 박물관을 투어하기에는 너무나 턱도 없이 부족한 시간이어서 하는 수 없이 BMW Welt(벨트)를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 BMW벨트 내부 전경.

BMW벨트는 BMW의 상징색인 은색으로 세련되게 꾸며진 첨단 건물이었다. 1층과 2층 일부에 최근 차종과 콘셉트 카를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었다. BMW 5시리즈, 7시리즈 그리고 미니쿠페 등 최근 차종은 거의 전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유독 몰리는 곳은 따로 있었다. BMW가 자랑하는 롤스로이스 최근 모델인 ‘WRAITH’가 있는 전시장이었다. 다른 차종은 전부 일반에 공개되어 타보고 만져보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지만 이 모델만큼은 일반인의 접근이 허락되지 않았다. 물론 나와 같은 일반인의 접근이 허락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예외는 있었다. 홍콩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얼핏 보기에도 꽤 형편이 넉넉해 보이는 부유층 가족(어린 아동을 포함한 10여명으로 구성된 일가족)에겐 접근이 허락되었다. 아마도 확실한 잠재 고객이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기본 사양이 적용된 모델이 3억9000만원, 옵션을 넣기 시작하면 4억원에 가까운 차다. 그나마 롤스로이스 모델 중에 가장 대중적인 사양이란다. 

▲ 계단을 오르는 오토바이.

그런데 갑자기 직원들이 사람들을 한 편으로 몰아 부친다. 무슨 일인가 살피는데 어디선가 마치 수사자의 으르릉거림같은 저음의 오토바이 엔진음이 들려온다. 이벤트였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그들 제품의 우수성과 함께 눈요기를 제공하기 위한 이벤트였다. 오토바이는 홀을 가로 질러 반대편 가파른 계단을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타듯이 질주해 올라간다. 2층 좁은 통로를 쏜살같이 빠져 나와 다른 한편의 계단을 마치 곡예를 하듯 넘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 내려온다. 둘러 선 이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박수를 보낸다.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이 넋을 잃고 바라본다. 잠깐의 쇼가 끝나고 조용해진 틈을 비집고 신기한 물건이 비좁은 홀을 비집고 들어온다. 뭐라고 불러야 하나? 물어볼 걸 그랬다.

생긴 모양은 동남아 지역을 가면 흔히 관광객을 주로 태우는 교통수단인 트라이시클을 닮았다. 자전거 모양을 하고 있지만 바퀴가 두 개가 아닌 세 개다. 아무 신기할 것이 없다 싶지만, 아니다. 운전은 분명 자전거에 올라탄 운전수가 한다. 그런데 뒤에 매달린 것이 동남아에서 보던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소형 자동차의 바디 뒤 부분이다. 한마디로 자전거와 자동차의 결합이었다. 방문객의 요청에 따라 무료로 태워주고 있었다.  

▲ 자동차를 변형한 트라이시클.

여기저기를 시간 보내기 삼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예약된 공장투어 시간이 되었다. 홀 한편에 마련된 강의실로 모두들 모여 든다. 나를 포함 25명 가량이다. 먼저 홍보영상부터 보여주겠다면서 3가지 엄격히 지켜야할 사항을 알려 준다. 첫째, 모든 촬영도구는 금지, 스마트폰도 포함, 통화나 메시지 확인도 불가하니 아예 끌 것. 둘째, 정해진 구역 외엔 일체 출입불가. 셋째 소요시간 최소 2시간30분이므로 미리 화장실을 다녀 올 것이며 어떠한 소지품도 허락되지 않으니 각자의 소지품은 락커에 미리 보관할 것 등이었다.

영상은 BMW의 히스토리에 관한 것이었다. 1900년대 초, 비행기 엔진을 주로 생산하던 회사가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어떤 때는 항공기 엔진, 또 어떤 때는 오토바이, 그리고 2차 대전에 패한 직후엔 오히려 주방기구와 자전거를 생산하다가 차후 자동차 분야로 확장해온 일련의 사업 과정을 담았다. 특히 경제 대공황이나 오일 쇼크와 같은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오히려 공격적이고 과감한 경영을 함으로써 현재에 이르렀다는 스토리였다.  

▲ BMW벨트 내부 전경.

뒤이어 길 건너편 BMW박물관과 길 하나를 두고 바로 붙은 공장으로 안내했다. 맨 먼저 방문한 곳은 판금공장이었다. 철판 원자재를 프레스기로 눌러 자동차의 바디 각 부분을 만드는 곳이었다. 과거 100% 자동화되기 전의 공장라인과 현재의 최첨단 라인이 동시에 있었다. 대부분의 공정은 첨단 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9000명이 근무한다는 공장안에 사람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모든 작업엔 로봇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판금된 차체 부속품은 다음 공정인 용접 라인으로 자동 이송되었고 이것 또한 JIT, JIS 시스템을 통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로봇들은 미리 프로그램된 대로 제각기 제 역할에 오차가 없었다. 인솔자의 설명에 따르면 만약 오차가 발생해 공정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 대비해 각 공정을 수행하는 로봇에 카메라를 장착해 이송된 제품을 촬영, 정상제품 여부를 판단하는데,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자동 보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고 했다. 이중 삼중으로 제품의 하자를 막기 위한 준비를 해두고 있다는 얘기였다.

첨단 로봇들로 첨단화된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음에도 주말은 공장이 가동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이 일하는 것도 아닌 로봇 중심의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서 주말은 가동을 중지한다니, 순간 로봇도 휴식이 필요하나 싶다. 내 마음속 궁금증을 눈치 챈 듯 그 답을 준다. 프로그래밍된 생산 로봇들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 주말에는 미리 점검하고 관리한단다. 맞다. 로봇조차도 주말은 쉬는 셈이었다.  

▲ 김지운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추진지원위원회 실무총괄단장

그다음 공정은 세척과정이었다. 용접으로 완성된 바디는 페인팅 들어가기 전에 그동안의 공정을 거치면서 오염된 불순물을 제거해야만 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세척과정을 거쳐야만 하는데 이 또한 100% 자동화되어 있었다. 세척을 마친 바디는 고온으로 건조시켜 페인팅 과정으로 넘겨지는데 차체 하나에 들어가는 페인트의 양이 7~8㎏이나 된다고 했다. 페인팅 과정은 정말 신기했다. 1단계에선 3대의 로봇이 제각기 스스로 문을 열고 닫으면서 차량 안팎을 칠한다. 2단계엔 2대의 로봇이 1단계에서 미처 마무리 하지 못한 부분을 칠하고, 3단계에 설치된 로봇은 마지막 마무리를 한다. 로봇이 하는 과정을 자세히 살피니 항상 같은 작업의 반복이 아니다. 마치 사람이 눈으로 확인하고 부족한 공정을 메워 가는 것처럼 정확하다. 로봇이고 보니 차량 좌우측으로 각각의 맡은 역할을 넘나들 수야 없지만 한편에 선 로봇은 서로의 작업을 보완하고 있는 시스템이었다. 이 또한 로봇이 작업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여 제할 일을 스스로 하게끔 프로그래밍되어 있다고 했다.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투어를 하는 동안에 약간의 페인트 냄새를 맡을 수 있지만 공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작업장과 투어 공간은 유리막으로 완벽히 차단되어 있어 관람자들의 건강을 해칠 우려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페인팅 작업장의 바닥이었다. 페인팅 공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 작업장 바닥에는 대량의 물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페인팅과정에 흐르는 페인트를 휩쓸어 재정화하는 과정으로, 환경을 해치지 않는 그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뛰어난 아이디어였다. BMW를 비롯한 독일 기업들이 세계 속에서 신뢰받고 존경 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김지운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추진지원위원회 실무총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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