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매인 “상품성 낮다”며 매입 거부하자

어민들 “가격 낮추기 위한 꼼수” 반발

장기방치로 폐사우려 가격내려 거래 일단락

▲ 18일 바지락 위판장에서 어민들이 중도매인과 품질문제 마찰로 위판을 거부한 바지락을 앞에두고 중도매인들과 울산수협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3개월간의 금어기를 마치고 최근 울산 태화강에서 바지락 조업이 재개된 가운데 선별작업을 마친 바지락의 품질을 놓고 어민들과 중도매인이 마찰을 빚으면서 한때 위판거부 사태까지 발생했다.

18일 오전 남구 태화강 위판장 인근 부두.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씌워놓은 모포를 걷자, 선별작업을 마치고 20㎏의 무게로 분류해 그물망에 담아 놓은 바지락이 가득쌓여 있었다.

이 바지락은 지난 17일 새벽에 채취된 것들로 이미 위판을 거쳐 중도매인에게 넘어갔어야 했지만 중도매인들이 “바지락의 상품성이 떨어진다”며 기존가격보다 절반정도 낮은 가격을 제시하자 불만을 가진 일부 어민들이 판매를 거부한 것이다.

어민과 중도매인들에 따르면 지난 15일 중도매인들이 바지락 수요가 발생하자, 수협에 물량 확보를 요청했고, 수협은 어민들에게 조업을 요청했다. 어민들은 지난 16일 어선 17척을 동원해 새벽조업에 나섰고, 채취한 바지락을 중도매인들에게 판매했다.

판매가는 정가 수의 매매방법에 따라 20㎏들이 1포대당 3만2000원. 중도매인들이 더 많은 물량을 요구하자, 수협도 어민들에게 추가 작업을 지시했다. 다만 중도매인은 상품 품질이 좋지 않아 보인다며 철저한 선별작업을 요구했다. 지난 17일 어민들은 또다시 작업에 나섰고, 중도매인이 요청한 물량 20㎏들이 200포대를 준비했다.

그러나 이날 중도매인들은 수협측에 채취한 바지락을 매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지락의 크기가 작고 공각(빈 껍데기)이 많아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주요 이유다. 이에 대해 어민들은 충분한 선별작업을 거쳐 문제가 없다며 반발했다.

채취한 바지락의 상당수가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중도매인의 주장에 수협은 자체적으로 재선별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중도매인이 원하는 상품을 갖춘 바지락은 포대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도매인은 바지락 1포대당 3만2000원에 매입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일부 어민들은 자신들이 채취한 바지락 10포대를 바닷가에 버리면서 강하게 항의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수협이 중재에 나섰다. 협의 끝에 중도매인은 상품성 있는 포대는 3만2000원에 나머지는 포대당 2만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장시간 방치로 바지락 폐사를 우려한 어민 대부분은 중도매인에 판매했다. 중도매인이 이날 매입한 바지락은 모두 159포대로, 30포대는 3만2000원에 나머지 129포대는 2만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일부 어민들은 ‘중도매인들의 횡포’라며, 남은 50여 포대 매매를 거부했다. 태화강에서 채취한 바지락은 수협의 위판을 거치지 않고서는 외부로 반출할 수 없다.

어민들은 “비를 맞으면서 힘들게 작업해 채취한 소중한 바지락이다. 또 빈껍데기 바지락 등을 고려해 20㎏가 아닌 24㎏정도를 1포대에 담고 있다”며 “중도매인들이 태화강 바지락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 어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데 수협은 책임있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수협측은 “중도매인들은 자신들이 유통하는 상품의 품질향상을 위해 철저한 선별작업을 어민들에게 꾸준히 요구해 왔다”며 “그러나 힘든 작업인 만큼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를 원하는 어민과 선별기준을 놓고 서로 갈등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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