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성 질환하면 ‘봄’을 떠올리기 쉽지만, 결막염, 비염, 피부염 등 대표적인 알레르기성 질환은 가을에도 많이 발병한다. 일교차가 커지고, 건조해진 환경, 잦은 야외활동 때문이다. 가을철에 자주 발병하는 알레르기성 질환의 종류와 증상, 치료법을 소개한다.

일교차 크고 건조하고 바람부는 가을
대기중에 돼지풀·쑥 등의 꽃가루 증가
훌쩍대는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 속출
알레르기성 결막염·접촉피부염도 주의
검사 통한 항원 파악·치료가 급선무

◇급격한 일교차, 건조한 날씨, 꽃가루 등이 원인

계속되는 콧물, 재채기 증상은 감기가 아닌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일 가능성이 높지만, 감기라고 착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이현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이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 질환으로 인한 건강보험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과 10월의 평균 진료 인원(9만2897명)이 나머지 달 평균 진료 인원(5만8604명)보다 1.6배 많았다.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꽃가루가 꼽힌다. ‘가을에 웬 꽃가루?’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돼지풀, 쑥, 명아주, 비름 같은 잡초는 대부분 가을에 개화해서 꽃가루를 날린다.

이현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은 “대기 중의 꽃가루 양은 기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비가 오면 대기 중의 꽃가루가 감소하고, 건조하고 바람이 부는 날이면 대기 중에 꽃가루가 증가해 증상도 이에 따라 변하게 된다”면서 “이런 꽃가루 알레르기는 사계절 내내 발생하지만, 환절기인 가을과 봄에 특히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비염의 원인은 다양하다.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코 점막에 닿았을 때 염증이 생길 수도 있고, 부교감신경이 과민반응하면서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돼 콧물이 흐르기도 한다.습기가 많은 여름에 촉촉하게 유지됐던 코점막은 가을이 되면서 급격히 건조해져 알레르기 물질에 민감한 상태가 된다.

여기에 낮과 아침·저녁의 온도 차가 커지며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지면, 코 혈관·신경세포가 과민반응을 한다. 이와 함께 여름 장마 때 피었던 곰팡이가 공기 중에 씨앗을 퍼뜨리면서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현 원장은 “비염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서 그에 맞는 치료를 하면 증상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 찾아야

비염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약물이나 수술로도 증상을 완화하기 어려운 만성화 단계로 악화될 수 있다.

이현 원장은 “비염을 놔두면 축농증이 생겨서 후각이 떨어질 수도 있고, 폐 기능이 떨어져 천식이나 기관지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소년이라면 계속 흐르는 콧물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일이나 공부에 집중하기도 힘들어서 정상적인 성장과 학습에 큰 방해를 받는다.

이현 원장은 “알레르기 비염 환자라면 꽃가루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삼가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필터가 내장된 마스크를 착용해 접촉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 외출 후에는 꽃가루를 털어내고 몸을 청결히 한다. 일주일 이상 증상이 계속된다면 감기가 아닌 알레르기 비염일 가능성이 높아 반드시 전문의 진찰과 처방에 따라 올바른 치료를 받도록 한다”고 조언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피부염도 주의!

건조한 가을이 되면, 알레르기 비염과 함께 알레르기 결막염도 주의해야 한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눈을 감싸고 있는 결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미세먼지와 이물질 등 알레르기 유발 항원이 결막에 접촉해 과민 반응을 일으키며 발병한다.

눈 주변의 가려움증, 결막의 충혈, 화끈거림을 동반한 통증, 눈부심, 눈물 등이 주요 증상이다. 결막과 눈꺼풀이 부풀어 오르거나 평상시의 눈곱보다 끈적끈적하고 투명한 분비물이 생기기도 한다. 눈에 모래가 든 것처럼 뻑뻑하고 따가운 증상이 비슷해 안구건조증과 혼동하기 쉽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대개 가려움증을 동반하는데 심하게 비비거나 긁으면 출혈이 생길 수 있다. 또 증세가 심해지면 결막이 부풀어 오르는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각막 궤양이나 각막 혼탁 등이 나타나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산행이 많은 가을, 피부가 나무 등 외부 물질과 닿아 염증을 일으키는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도 주의해야 한다. 초반에는 피부가 가렵고 빨갛게 변하고, 수포나 부스럼 또는 딱지가 생기는데 온몸으로 퍼지기 전에 조치해야 한다. 2~3일이 지나도 낫지 않거나 증세가 심해지면 차가운 물로 적신 타월을 비닐주머니에 싸서 염증 부위에 대고 증상을 가라앉힌 후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다른 알레르기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알레르기 물질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으로 피부 반응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항원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을철 꽃 나들이나 등산과 같이 장시간 피부가 외부에 노출될 때는 긴팔을 입어 직접적인 노출을 피하고 보습제와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피부를 보호하도록 한다. 외출 후에는 샤워를 해 외부 오염 물질을 씻어내는 것이 좋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도움말=이현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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