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통합 정당성 및 효과’ 제목의 정신교육 일정 포착
‘눈속임 대화’에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론 대두

▲ 외환은행 사측에서 직원들에게 보낸 행내 공지사항. 이로써 한명숙 의원이 제기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사실로 드러났다.
15일 열린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외환은행 노․사간 문제가 심도 있게 다뤄졌다. 현재 대규모 직원 징계가 진행 중인 상황이며, 2.17 합의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터라 외환은행 사태에 대해 의원들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이 제시했던 사측의 강압행위가 사실로 드러나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의원은 신제윤 금융위원장과의 질의 도중, 외환은행 사측에서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와 공지사항을 공개했다. 제시된 자료에는 ‘차장 이하 휴직 직원까지 포함하여 조기통합을 찬성하는 이들의 비율을 지점별로 보고하라.’는 경영진의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직급별로 모인 가운데에서 조기통합 찬성 의견을 묻는다면, 이것은 상당히 강제적인 요소가 있다.”며 사측의 위협적 태도를 비판했다. 공개적으로 위와 같은 사항을 묻는 것은 직원들에게는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측에서 준비한 ‘지점별 소통행사’ 역시 보여주기 식 대화 시도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사측에서는 17일 금요일, 외환은행 부점장들을 상대로 소통을 위한 워크샵을 갖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의원이 제시한 증거자료에 따르면, 워크샵 이후 두 시간 정도 ‘부점장 협의회’가 별도로 열릴 예정이며, 조기통합 결의를 비롯해 지점장들의 조기통합 동의서 제출이 있을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사측이 행내 공지사항을 통해 직원들에게 알린 내용을 살펴보면 ‘위기극복을 위한 통합의 당위성과 효과’라는 제목의 일정이 잡혀있다. 이는 직원들과의 화합과 대화를 위한다는 ‘워크샵’의 명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다. 또한 ‘위기극복’, ‘당위성’ 등의 단어를 사용해 현재 사측이 주장하는 조기통합에 대해 직원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에 대해 한 외환은행 직원은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런 일차원적인 발상으로 직원들을 농락하려 드는지 모르겠다.”며 “워크샵을 명목으로 지방에서부터 직원들을 불러 모은 뒤, 조기통합에 대한 찬성을 강요하는 게 아니냐”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의원 역시 ‘이는 워크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직원들의 성향을 파악하려는 사측의 부당한 행위이며, 이러한 강압 아래에서 이루어진 직원들의 동의는 조기통합 승인 신청의 근거로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 갈등과정에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직원들에 대한 의견 강요 행위가 속속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외환은행 노․사간 갈등상황이 계속해서 국정감사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조기통합을 앞두고 원만한 대화만을 종용하던 금융당국도 이제는 적극적인 중재자로서 나서야 할 때가 아니냐는 의견이다. 사측의 위증과 부당노동행위의 증거들이 속속 밝혀지며 얼룩진 이번 외환은행 사태에 대해, 국정감사 이후 관련 정부기관에서 어떠한 태도로 접근할지가 추후 외환 조기통합 갈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일보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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