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총학생회가 교내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회칙에 명기하고 이들의 인권 보호에 나선다.

22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학교 총학생회는 최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총학생회칙에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추가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 대상은 학부 재학생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 회칙 제5조로, ‘성별·성적지향·성정체성·인종·사상·종교·장애 등에 의하여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로 바뀌었다.

총학생회는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이 차별금지 예시에 포함된 것은 이 내용이 명백한 차별사항임을 총학생회가 인정한 것”이라며 “학내에서 성소수자 차별이 근절되고 성평등적인 문화가 조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종운 총학생회장은 “학기 초 성소수자 모임이 내건 현수막이 훼손되는 사건이 생겼을 뿐 아니라 일부 교양강의나 과 행사 등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종종 나오고 있다”며 “차별금지 필요성에 공감하는 단과대 대표들의 지지를 받아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고려대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최모(26·여·경영)씨는 “성소수자를 배려하는 분위기를 정립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회칙 개정에서 끝내지 말고 세미나나 강연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알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이모(28·식품공학)씨는 “동성애자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만큼 이들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존재한다”며 “조항을 만든다고 무의식적인 차별이 없어질 것 같지는 않고 거부감만 더 들 것 같다”고 평했다.

거부 여론에 대해 신모(26·여·미디어학부)씨는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에 반대하는 의견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들의 불편함보다는 성소수자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우선되는 가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가 성소수자 인권 동아리들은 “성소수자 차별 반대 운동에 있어 큰 의미가 있다”며 환영했다.

고려대와 서울대·서강대·이화여대 등 18개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연대체인 ‘큐브’는 “우리 사회에 성정체성 차별금지에 대한 반발이 거센 가운데 대학사회가 자발적으로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자치 규약으로 명문화했다”고 평했다.

성소수자 인권 옹호 활동을 하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는 “대학 총학이 성소수자 차별 금지조항을 담아 회칙을 개정한 것은 첫 사례로 알고 있다”며 “대학생들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으로 고무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추세가 차별금지 조항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적시하고 그 대상도 확대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민인권헌장 등에 성정체성 관련 인권 보호 조항을 넣으려는 시도조차 반대 의견이 심해 무산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인권헌장과 서울시학생인권조례 등에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을 넣으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보수성향 단체들의 반발에 부닥쳐 이를 ‘개인성향’ 등 포괄적인 표현으로 바꾸는 데 그쳤다.

올해 초 고려대와 이화여대에서 교내 성소수자 동아리가 걸어둔 졸업·입학 축하 현수막과 게시물 등이 훼손·도난당하는 일이 발생, 대학가의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 우려가 커진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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