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실시간 부품 공급 입주 시스템도 ‘불법파견’ 판결로
작업장·창고 등 별도 확보에 비용증가·공급차질 불보듯
최악의 경우 연쇄도산 가능성...현대車 경쟁력 저하도 우려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판결 때문에 울산공장내 부품업체들이 공장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필요한 부품을 바로 납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사내 부품사 입주시스템이 오히려 불법파견을 유발했다는 취지의 판결 때문이다. 따로 사무실이나 작업장, 창고 등을 확보해야 하는 부품업체들은 비용 증가, 공급 차질 등에 이은 연쇄 도산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24일 “법원 판결로 인해 불가피하게 공장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사내 부품업체들에게 개별 통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앞서 지난 9월 사내 하청업체 뿐만 아니라 사내 부품업체 직원까지도 현대차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현대차는 항소한 상태다.

현대차 울산공장에는 사내 부품업체가 200여개 있고, 이곳에서 2000여명이 일한다. 이들 부품사들은 인근 북구나 경주 등에 위치한 본 공장에서 만든 각종 부품을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옮겨와 조립한 뒤 납품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는 현대차가 자동차 생산과정에서 필요한 부품을 즉시 납품받을 수 있는 동시에 부품업체들은 각종 부품을 실시간으로 공급할 수 있는 부품 조달방식이다. 원청과 부품업체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윈-윈’ 정책이기도 하다.

이 시스템이 없다면 부품업체들은 원청업체로부터 부품 주문이 들어올 경우 본 공장에서 직접 배송해야 하는데 자연재해, 교통 정체 등으로 실시간 배송이 어려울 수도 있다.

여기에다 울산공장 인근에 사무실이나 작업장, 창고 등을 따로 확보할 경우 인원 충원 및 운송차량 확충 등이 불가피해 비용이 증가한다. 소규모 업체의 경우 이같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내 한 부품사 관계자는 “그동안 경주 본공장에서 생산한 범퍼와 하청업체 등이 생산한 램프 등이 울산공장에서 조립돼 생산라인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돼왔다”며 “하지만 법원이 자동차업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실시간 부품공급시스템을 불법파견으로 판결하면서 사내 부품사들이 공장 밖으로 내쫓길 처지에 놓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차 역시 부품 배송 지연에 따른 생산 차질이나 부품비용 인상에 따른 완성차 가격 인상 등이 불가피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지금까지 확보한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거의 40년간 운영된 원청·부품사의 협업체계가 법원 판결로 인해 무너질 상황이다”며 “각종 부품 운송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할 경우 완성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력 하락까지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