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잦은 음주가 고민돼 병원을 찾은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다음주면 올해 달력의 마지막 장, 12월이다. 각종 모임의 송년회로 술자리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알코올이 간과 뇌, 위장과 췌장을 혹사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이맘 때가 되면 그 포격에서 피하기 힘들어진다.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기분 좋게 술잔을 기울이다보면 어느새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정신은 알딸딸해지고, 술이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어차피 마셔야 할 술이라면 제대로된 음주법을 숙지하고, 건강을 해지치 않는 선에서 음주를 즐겨보자.

이온 음료와 섞거나 두가지 이상의 술 섞어 마시면 흡수 속도 빨라져
사람마다 알코올 분해 효소 종류·양 달라 건강상태 고려해 절주 필요
숙취 해소엔 수분 섭취가 가장 좋아…보리차·생수 마시고 휴식 취해야

◇사람마다 알코올 분해 효소량 제각각

이지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한 달 동안 5잔 이상의 술을 5일 이상 마신다면 과음, 하루에 소주 1병 또는 맥주 4병 이상을 마신다면 폭음을 한 경우라 한다.

이 교수는 “이 같은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의 31%가 과음을 하고 있어 미국의 8.4%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음주량은 어느 정도 일까.

연구자에 따라 제시하는 기준 음주량이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인 남자를 기준으로 소주 2/3병 정도이다. 개인 건강상태를 고려하기 어렵고, 음주시 안주의 섭취 등 개인취향이 다양하므로 건강상태와 사회적 여건을 고려해 절주하는 것이 좋다.

보통 술이 흡수되면 지방을 제외한 몸 전체에 골고루 분포된다. 따라서 체구가 크고 근육량이 많은 남자가 술을 많이 마실 수 있고, 상대적으로 지방이 많은 여자는 주량에 한계가 있다.

또한 사람마다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종류와 그 양이 다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의 50% 정도는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없다. 이들은 조금만 술을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진다.

반면 유전적으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의 경우에는 과음이 잦아진다. 잦은 음주는 음주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기도 한다.

이지호 교수는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어렵거나 술을 마시는 것이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 음주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라 할 수 있다”면서 “거의 매일 술을 마시거나, 음주량을 정해 놓아도 지켜지지 않거나, 모든 활동에 음주를 포함시키거나, 음주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반복되거나, 음주량이 예전보다 늘고 있다면 이미 의존성이 높아졌기에 음주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면제와 알코올의 만남은 금물

알코올의 흡수 속도는 술 종류에 따라 다르다. 위스키 등 증류주가 맥주 등 발효주에 비해 흡수 속도가 빠르다. 탄산음료나 이온음료와 섞어 마시거나 두 가지 이상의 술을 섞어 마셔도 흡수 속도가 증가한다. 특히 폭탄주는 되도록 피하고, 술은 약한 술부터 독한 술의 순서로 먹는 것이 좋다.

숙취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다. 수분공급은 탈수를 막아주고 알코올 처리를 빨리 해주는 작용을 한다. 수분 보충은 보리차나 생수를 마시는 것으로 충분하며 술로 인해 떨어져 있는 혈당을 높이기 위해서 당분이 들어있는 꿀물도 좋다.

이지호 교수는 “대사되는 과정 중에 발생되는 중간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숙취의 원인이 되는 물질인데, 다음날 두통 및 구역감과 같은 불편함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술은 간에서 주로 처리되므로 술 마신 후에는 일정기간 휴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주 2회 이상 음주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B형, C형 간염환자 등 간질환 환자는 절대 금주해야 한다.

이 교수는 “간염환자의 경우 반복적인 바이러스의 활동기 동안에 인체면역에 의한 간세포의 손상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음주로 인한 부담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크고, 간의 재생능력 또한 떨어져 있는 상태”라면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또 진정제 종류는 알콜과 함께 복용하면 매우 위험하다.

이 교수는 “술을 마시면 흥분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알코올은 진정작용을 한다. 다만 대뇌의 고위중추 통제기능이 저하되어 심리적인 해방감이 있어 그렇게 보일 뿐”이라면서 주의해야 할 진정제로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항히스타민제, 수면제 등을 꼽았다. 따라서 이러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일부 약제는 알코올로 인해 효과가 감소되는 경우가 있는데 간질 치료제, 항생제, 혈압강하제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장기간 음주로 인해 간의 대사속도가 빨라져 약물농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끝으로 이지호 교수는 “음주는 예를 갖추어 나눌 때 소통의 매개체가 되지만, 도가 지나치면 사회적 고립을 면치 못하게 된다. 향음주례의 예를 갖추지 못하는 자는 술을 마실 자격이 없으며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에는 단호하게 금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도움말=이지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