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친 근육 풀어준 뒤에 시작...등 구부리는 자세 통증 유발
식탁서 작업하면 부담 적어

▲ 김장할 때 바닥에 앉아야 하는 경우에는 벽에 등을 기대 허리를 펴고 양반자세로 앉아 양념을 버무리는 것이 좋다.

종가집 며느리인 김모(46)씨는 해마다 김장철만 되면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 않아도 큰며느리라는 책임감으로 시부모님을 모시면서 생신잔치, 제사음식, 명절준비 등으로 고생이 심한데, 김장을 담글 때면 도시에서 직장을 가진 젊은 동서들은 이 핑계, 저 핑계로 불참하기 일쑤라서 벌써부터 허리가 아파온다. 대량의 김장을 담그면서 장시간 동안 재료들을 씻고 절이고 버무리고 나면 남는 것은 팔, 다리, 허리 통증뿐이다.

◇꼿꼿하게 허리펴고 양반자세로 앉아야

김장은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거나 무거운 김장재료가 담긴 대야를 들고 나르는 일이 많다 보니 허리에 부담이 크다. 그리고 김장 시간은 평균 이틀 이상 걸리기 때문에 허리가 약한 중년의 주부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기온이 내려가면 근육과 인대가 수축되고 몸이 굳어지는데, 이 상태에서 평소에 들지 않던 무거운 절임배추나 양념재료를 옮길 경우 요추염좌나 척추골절, 심하면 급성디스크까지 발생할 수 있다. 

 

유동근(사진) 아름다운울들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새벽 일찍부터 김장을 시작하는 것을 가급적 삼가고 아침식사나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신 후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김장재료를 버무리기 위해 딱딱한 바닥에 앉아 등을 앞으로 구부리는 자세는 자기 몸무게의 2~3배 이상의 하중이 허리뼈와 꼬리뼈 사이에 전달되어 허리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40~50대 중년 여성들은 허리디스크가 상당히 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같은 동작을 여러번 반복하면 허리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 전문의는 “허리통증을 막기 위해서는 김장재료를 식탁 위에 올려두고 허리를 곧게 편 자세로 작업하는 것이 허리에 부담이 적다. 또 발 밑에는 15~20cm 정도의 받침대를 놓고 양 다리를 교대로 바꿔주고 재료 및 양념통은 자신의 몸 중심에 가깝게 위치시킨다. 부득이 바닥에 앉아야 하는 경우에는 등받이가 있는 좌식의자를 사용하거나 벽에 등을 기대 허리를 펴고 양반자세로 앉아 양념을 버무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양쪽 다리의 위치를 10분 간격으로 바꿔주고 자주 일어나서 허리를 뒤로 젖히고 목을 돌리는 등의 간단한 스트레칭도 도움된다”고 말했다.

◇무거운 물건 들어 올릴땐 다리힘으로 천천히

대부분의 40~50대의 중년 여성들은 척추뼈와 디스크에 퇴행성병변이 많이 진행된 상태이다. 따라서 무거운 김장재료를 들어 올릴 때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유동근 전문의는 “바닥에 있는 무거운 김장재료를 들어 올릴 때는 무릎을 편 상태에서 허리만 숙여 들어올리기 보다는 무릎을 굽히고 앉은 자세에서 김장재료를 허리에 밀착시킨 다음 다리 힘으로 천천히 일어나야 한다. 본인 무게의 10분의 1 이하의 무게로 나눠 들고, 가급적 두 명이 함께 든다면 허리의 부담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전문의는 “김장을 마친 후 목욕탕에서 뜨거운 찜질을 한다면 뭉친 근육과 인대를 푸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김장 후에 허리 통증이 1주일 이상 지속되고 한쪽 다리가 저리다면 급성 디스크탈출증이 의심되므로 반드시 척추전문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도움말=유동근 아름다운울들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