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울산공장내 부품업체 불법파견 판결에

사측, 사내업체 200여곳에 공장밖 이전 요청

부품社, 공장부지 확보 등 현실적 고충 하소연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 공간을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 사내 부품업체. 외부로 내몰릴 경우 공장부지 확보 등 수십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김경우기자
#A업체는 경주 모공장에서 자체 생산한 범퍼와 안개·전조등 등을 현대차 울산공장내 작업장에서 조립해 원청의 주문에 따라 납품한다. 법원 판결대로라면 이 업체 근로자들은 현대차의 불법파견이고, 공장외부로 나가야 한다.

현재 울산공장내 약 3000㎡ 공간을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업체가 외부로 나가야 할 경우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울산공장 밖에 작업장을 확보해야 한다.

이 업체 뿐만 아니라 사내 부품사를 둔 200여곳의 업체 대부분이 이같은 상황에 처해있다. 울산공장 인근인 효문 등지에서 3000㎡ 상당의 공장부지를 확보하려면 약 30억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법원의 판결에 따라 울산공장내 사내부품업체 200여곳에 대해 사무실과 조립작업장을 공장 밖으로 이전해달라는 요청(본보 11월25일자 1면 보도)을 받은 업체들은 “법원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부품업체들이 실제로 공장 밖으로 내몰려야 한다면 엄청난 파장이 생길 것”이라며 “현실적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업체들은 각자가 소유한 공장에서 생산한 일종의 완제품을 현대차 울산공장 내부로 들여와 조립 등을 거쳐 원청에 납품하고 있다. 이는 실시간 납품을 통한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울산공장이 문을 연 이후부터 지금까지 40여년간 이뤄진 방식이다. 불법파견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으로 그동안 판단됐지만 법원이 이를 완전히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A부품업체 사장은 “사내 부품업체 근로자까지 정규직으로 본 법원판결 때문에 불가피하게 외부로 나가게 된다면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하는 등 자동차산업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며 “비용도 비용이지만 아파트·주택단지로 둘러싸인 현대차 울산공장 인근에서 공장부지를 확보하는건 사실상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B부품업체 관계자는 “200여개 업체가 갑자기 현대차 울산공장 인근에서 공장부지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설령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떨어진 곳에 작업장을 확보하더라도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C부품업체 관계자는 “공간이 부족해 생산한 부품을 본공장에 쌓아두지 못한다. 결국 별도의 작업장으로 옮겨 원청의 주문대로 조립하고, 다시 차량에 실어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납품해야 한다”며 “이 경우 부지 비용 뿐만 아니라 인력 및 차량을 추가 확보해야 해 많은 비용을 떠안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납품단가가 현행대로 유지되면 추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하는 업체가 생겨날 것”이라며 “그렇다고 원청에서 납품가를 요구하는 대로 올려주겠느냐”고 푸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일원의 교통대란도 우려된다. 지금은 부품업체들이 출퇴근 시간을 피해 각종 부품을 울산공장내 별도 작업장에 쌓아두면 되지만 공장 밖으로 내몰릴 경우 출퇴근 시간이라도 배송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부품업체들은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형태와 순서로 조달받는 지금의 시스템이라면 공장이 가동되는 출퇴근 시간에도 실시간 배송이 이뤄져야 하고, 결국 인근 교통난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며 “이 외에도 상상할 수 없는 파장이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