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미래지향 사람중심, 한국산업인력공단
조각·회화·서예 등 총 6점...청사 찾은 시민 누구든지
미술 접할 수 있도록 배치

▲ 이윤석 교수의 ‘VISION’.

한국산업인력공단. 명칭은 거창한데 사실 무엇을 관장하는 기관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한마디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478개 국가기술과 37개 전문자격 시험을 관장한다. 직업과 관련한 각종 ‘자격증’ 취득 여부는 이 곳에서 추진하는 각종 시험제도와 사업으로 판가름이 나는 것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6개 지역본부, 18개 지사를 둔 거대 조직으로, 울산혁신도시에 둥지를 튼 공공청사는 전국망을 컨트롤하는 본부 개념이다. 지상 10층 높이 건물의 상주 인력은 400여 명. 이들과 함께 조각 2점, 회화 3점, 서예작품 1점 등 총 6점의 건축물 미술작품이 미래를 지향하고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공단 이념을 조용히 대변하고 있다.  

▲ 조병철 작가의 ‘아빠와 나’.

공단 내 임팩트가 가장 큰 미술품은 청사 앞 정원(맞이마당)에 세워진 조각품이다. 정문을 통과해 건물로 들어가거나 주차를 하려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 작품을 거쳐야 한다. 시선과 동선이 동시에 교차하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제목은 ‘VISION(비전)’.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 이윤석 교수가 스테인레스 스틸로 몸체를 만들고, 화강석재를 바닥 마감재로 활용해 완성한 작품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를 구성하는 낱낱의 조각들은 차갑고 날카롭기 그지없다. 이들 조각들이 유기적인 형태로 재구성되면서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안정감을 갖춘 구(球)와 곡선으로 완성된다. 규칙 속에 생성된 생명의 흐름이 뒷배경인 직사각형 건축물과 완벽하게 조화롭다. 이는 ‘인적자원개발’이라는 공단의 설립 취지를 이미지화한 것으로, 빛나는 표면이 주변 환경과 관람객을 그대로 비춤으로써 고도의 시각적 효과까지 더하고 있다.  

▲ 박영하 작가의 ‘내일의 너’.

청사 내부에도 조각품이 하나 더 있다. 1층 실내화단 옆 로비에 세워져 있다. 조병철 작가의 ‘아빠와 나’다. 상징성을 강조한 야외 조각품과 달리 보다 구체적인 형상을 보여준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 나가는 강인한 아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자라는 어린이의 모습이 연상된다. 아빠와 아들의 모습을 서로 교감하는 말의 이미지를 빌려 완성한 작품이다.

청사 내부 중 외부인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은 1~2층 공간이다. 커피숍과 편의점, 세탁소와 어린이집, 북카페와 대강당 등이 모두 몰려있다. 공단 청사관리 자산팀은 그 곳에 3점의 대형 회화를 모두 걸었다. 방문객이든 청사 내 직원이든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와중에 누구나 일상적으로 미술을 접하도록 하자는 의도다.

그 중 박영하 작가의 평면추상회화 ‘내일의 너’는 1~2층 계단 옆에 걸려있다. 생명력과 자연의 섭리, 자유로운 인간의 미래상을 담았다는 작가의 의도는 설명서를 읽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정답을 유추하려 힘들일 필요는 없다. 감상의 포인트는 작가의 메시지를 알아 맞추는데 있는 게 아니라 추상화 속 이미지 속에서 관람객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것. 넓은 로비, 텅 빈 공간에서 잠시 찰나의 명상을 가져보는 기회를 누릴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1층 로비에는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홍보실 권오직 차장은 “입소문이 나면서 주변 공공청사 직원들도 점심 시간을 활용해 일부러 이 곳까지 와서 커피를 마시고 간다. 갤러리 못지 않은 로비 공간에서 느긋하게 미술을 만끽하는 시민들이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사진=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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