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심기일전(心機一轉)은커녕 노사 관계의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지역사회까지 불안으로 내몰고 있다. 노조는 올해 15만원의 임금인상(호봉승급분 포함)을 요구해놓고는 정작 임단협도 시작하기 전에 협상의 파트너인 사장 퇴진 서명투쟁을 선언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조9000억원이라는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 성적도 전망이 밝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강도 높은 경영쇄신을 시도한 덕에 올해는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으나 결과는 6분기 연속 적자라는 사상초유의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무사안일주의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시장(市場)의 경고다.

현대중공업에 이같은 위기가 닥친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큰 원인이기는 하지만 위기대응 능력을 키우지 않고 방심했던 탓도 크다. 저가수주로 인해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고 그 후 1년여동안 저가수주를 피하기 위해 영업활동을 중단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것이다. 회사의 규모를 줄이지 않고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었으나 이로인해 현재 수주잔량은 세계 3위로 떨어졌고 새로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2년 후에는 일거리가 없어질 위기에 봉착했다.

회사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강도높은 체질개선을 하지 않으면 회복불능이 될지 모르는 다급한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고강도의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사장을 바꾸고 뒤이어 조직개편으로 임원을 30% 감축했다. ‘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도 구성하고 희망퇴직을 통해 비노조원들을 대폭 줄였다. 이제 남은 것은 1인당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력효율화 방안이다. 막강한 노조 덕인지 현대중공업은 인건비가 전체 매출액의 9%를 넘는다. 1인당 매출액은 경쟁사의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1인당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곧 경쟁력 강화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여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려는 설계분야 전문직무교육은 그 중 하나다. 그런데 노조는 이를 ‘퇴출교육’이라며 구조조정의 전초전으로 보고 사장 퇴진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회사측은 “서무와 같은 단순 행정직 업무를 전문 직무로 전환해 설계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이라며 “절대 구조조정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연차와 연봉이 높아지는데도 업무에는 변함이 없는 직무행태라면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직원 개개인이 세계 최고가 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는 귀를 닫고 강경투쟁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노조가 고용안정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회사는 점점 퇴보하고 있는데 무사안일주의식으로 내 밥그릇만 지키겠다고 해서는 되레 고용불안을 자초하는 길이 될 수 있다. 노조의 말대로 여직원 전문직무 교육이 퇴출교육인지, 회사의 말대로 역량강화교육인지는 지켜보면 될 일이다. 3개월동안 전문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된다니 그리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다. 5,6년전에도 조선·해양·플랜트에서 근무중인 100여명의 인력을 CAD교육을 통해 전문 설계직으로 전환한 바가 있지 않은가. 알다시피 회사의 미래가 녹록지 않다. 노사가 힘을 모아 노를 젓지 않으면 높은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없다. 2009년 금융위기 때 신년화두가 됐던 부위정경(扶危定傾·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 잡고 나라를 바로 세움)의 자세가 새삼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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