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통증 수개월 이상 지속
원인 찾을 수 없어 꾀병 오해도
만성 피로감 등 불편증상 동반

▲ 오지선 울산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가 섬유근통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지난 5월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온몸이 아팠다. 아픈 부위는 많고 힘든데 병원 검사를 통해서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직장동료들로부터 꾀병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런 오해는 그를 더욱 외롭게 했다. 정씨의 병은 만성적인 통증증후군 중 하나인 ‘섬유근통 증후군’이다. 이 증후군은 연령에 관계 없이 남녀 모두에게서 발생할 수 있으나 30~40대 여성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인구 100명당 약 2~3명이 이 병을 호소할 만큼 흔한 병이기도 하다. 오지선 울산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와 함께 ‘섬유근통 증후군’에 대해 알아본다.

◇만성적 피로감·수면장애 동반하기도

뼈와 관절 주변에 있는 인대, 힘줄, 근육과 같은 연한 부위를 ‘연부조직’ 또는 ‘섬유조직’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부위들 전반에 걸쳐 통증이 발생한다고 해서 과거에는 ‘섬유조직염’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픈 부위 자체에는 염증이나 별다른 이상소견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섬유조직염’ 대신 ‘섬유근통’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

만약 전신적인 통증이 수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이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오지선 울산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이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아프다’ ‘여기저기 안 아픈데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통증을 유발할 만한 원인을 찾을 수 없고, 검사에서도 특별한 이상소견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온몸 통증과 함께 만성적인 피로감이나 수면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오 교수는 “힘든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몹시 피곤해 아침에 일어나도 상쾌하지 않고, 편두통이 자주 동반된다거나 관절 마디마디가 뻣뻣하고 팔다리가 시리고 저리는 느낌, 불안감이나 우울감, 변비나 설사가 반복되는 과민성 대장 증상, 비뇨생식기 불편 증상, 입마름증 등 다양한 불편증상들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와 적절한 운동 도움

아직 섬유근통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의들은 중추 신경이 통증을 느끼고 조절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추측하고 있다. 또 때로는 다른 신체질병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발병하기도 한다. 실제로 섬유근통 증상으로 일반적인 검진을 받다가 숨어있는 질환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섬유근통 증후군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의의 진찰과 혈액검사, 영상검사 등을 거치게 된다.

섬유근통의 치료를 위해서는 꾀병이 아니라는 주변의 인식과 지지가 중요하다. 또 이 병은 약물이나 운동의 도움을 받아 치료할 수 있다.

오 교수는 “약물은 항우울제, 항경련제, 진통제, 근이완제 등이 선택적으로 사용된다. 이들 약물에는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 만큼 섬유근통 완화에도 어느정도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와 함께 통증을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오 교수는 “처음부터 무리한 운동은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약물치료로 운동을 할 만한 상태가 되면 가벼운 운동을 시작하고, 점차 운동량을 늘려 근력강화 운동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면서 스트레스 관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도움말=오지선 울산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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