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신동빈 우호지분 결집”…“브렉시트 영향” 분석도

비자금 수사 등에 따른 그룹 최대 위기 속에서도 신동빈 롯데 회장이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한·일 롯데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들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신동빈 책임론’에 동조해 항해 중인 선장의 키를 뺏기보다, 경영 안정성과 실적을 바탕으로 신 회장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수습할 기회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 ‘그룹 위기일수록 경영 안정’…신동빈 표 결집 효과

25일 오전 9시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주총에 이어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을 상대로 세 번째 승리를 거뒀다.

신 전 부회장이 직접 제안한 신동빈 홀딩스 대표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홀딩스 사장의 해임안이 주주 표 대결 결과 부결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지난 15일(한국 시각) 미국 출장 중이던 신 회장은 스스로 “주총 결과에 대해 전혀 걱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고, 롯데그룹도 줄곧 “종업원지주회, 임원지주회, 관계사 등 주요 주주들이 신 회장에 여전히 강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이변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결국 이런 자신감은 현실로 입증됐지만, 사실 앞선 두 차례 주총과 비교해 신 회장 입장에서는 이날 세번째 표 대결이 더 어려운 싸움이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10일 이후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30여곳은 한국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고, 이와 관련해 비자금 조성, 오너가(家)·관계사 부당 지원 등 수 많은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당연히 지난해 7월 이후 한·일 롯데 원톱(One Top), 총수 자리에 오른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그룹 창사 이래 최대 위기’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올 수 없는 상황이다.

형 신동주 전 부회장도 주총을 앞두고 이 같은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신 전 부회장은 22일 “한국 롯데그룹과 관련해 보도되는 일련의 의혹에 대해 25일 주총에서 해명하라”며 홀딩스에 공개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질의서에는 “(롯데홀딩스가) 진상규명 노력을 했느냐”, “보도로 불안을 느끼는 종업원들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했느냐”, “의혹이 제기되는 신동빈 회장을 유임시킬 것이냐” 등을 포함한 25개 문항이 실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룹의 위기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니라 오히려 신동빈 회장의 표를 결집시켰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에서 경영권까지 흔들리면 그룹 전체가 어떻게 될지 홀딩스 주주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신동빈 우호 지분의 결속력이 오히려 더 커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광윤사(고준샤·光潤社, 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 지주회(6%) 등 롯데 홀딩스 주요 주주 가운데 신 전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뺀 나머지는 또 다시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 ‘일본 롯데 이익·투자 늘린다’…경영 역량에도 점수

또 다른 승리 요인의 하나는 신동빈 회장이 제시한 경영 실적과 비전이다. 현재 일본 롯데 계열사들의 매출(4조~5조원)은 한국 롯데(약 80조원)의 20분의 1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이는 지난해 초까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신해 일본 롯데를 이끌어온 신동주 전 홀딩스 부회장이 주요 주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난해 7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까지 장악한 신동빈 회장은 한·일 롯데 공조를 통한 ‘동반 성장’과 일본 롯데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도 신 회장은 지난 1년간 일본 롯데의 실적을 소개하며 자신의 경영 역량과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과 일본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2015년도 롯데홀딩스 일본 사업 매출은 2014년과 비슷한 약 3천600억엔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은 240억엔으로 8%이상 늘었다. 최근 10년래 최대 이익이라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아울러 신동빈 회장 지휘 아래 롯데홀딩스는 2011~2015년도 약 500억엔 수준이던 설비 투자액을 2016~2020년 850억엔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보여준 신동빈 회장의 경영 역량도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에게는 인상적일 수 있다.

검찰 수사 이후 일각에서 특혜 시비의 대상으로 거론되고는 있지만, 신 회장이 그룹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2004년 이후 롯데그룹이 지난해까지 성사시킨 인수·합병(M&A)은 36건, 14조원 규모에 이른다.

여기에 전날 24일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도 주주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롯데 관계자는 “홀딩스 주주들은 신 회장이 한국 롯데에서처럼 일본 롯데에서도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성장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더구나 브렉시트로 세계 경제, 특히 일본 경제가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주주들로서는 역량이 입증된 경영자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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