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집회 동반 참석...핵심 쟁점 첨예한 입장차
여름휴가 전 합의 못하면...연대 투쟁 장기화 우려도

▲ 20일 울산시 남구 태화강둔치에서 열린 민주노총 울산노동자 총파업 집회에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동참해 파업가를 부르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단체교섭에서 최종 합의점을 찾기까지 ‘고난의 연속’이 될 전망이다. 각종 안건에 대한 절충점이 조금씩 찾아져야 하지만 현재로선 핵심 쟁점을 두고 노사간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두 회사 중 한 곳이라도 여름휴가 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연대 투쟁 장기화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염포·미포만 넘어 태화강에서 만난 울산 거대노조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20일 울산시 남구 태화강 둔치에서 ‘울산노동자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총파업대회에는 23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19일부터 동시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를 비롯해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금속노조 울산지부 등의 조합원(경찰 추산 6500명, 주최측 추산 1만명)이 참가했다. 김종훈·윤종오 국회의원도 동참했다.

현대차 노조는 주간 1조 조합원이 4시간 부분파업하고, 현대중공업 노조는 희망자에 한해 4시간 부분파업하고 태화강 총파업대회에 참가했다.

경찰은 현장 주변에 20개 중대, 2000여명의 경력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현대차·현대중공업 노조를 포함한 참가자들은 조선산업 대량해고 및 구조조정 중단, 하향 평준화 임금체계 개편의 노동개악 중단, 재벌 개혁, 임단투 승리 등을 요구하며 1시간 가량 집회를 벌였다.

권오길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사회안전망이 없어 일자리가 복지인 나라에서 일자리를 빼앗는 구조조정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울산의 노동자가 무너지면 끝이라는 심정으로 저항하자”고 외쳤다.

현대차 박유기 노조위원장은 “단체협약까지 허물고 노동자 기본권 후퇴를 요구하는 자본가에 맞서 울산노동자가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중공업 백형록 노조위원장도 “여론을 호도하면서까지 노동자를 탄압하려는 시도에 맞서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파업대회 참가자들은 이어 태화강 둔치에서 울산시청을 거쳐 다시 둔치로 돌아오는 약 3.5㎞ 구간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다.

◇휴가 전 타결 실패시 연대투쟁 장기화 우려

현대차 노사는 교섭 결렬 선언 16일 만인 21일부터 다시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여름휴가 전 타결을 시도하기 위한 것이다. 노사는 늦어도 26일까지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뒤 3일간의 공고기간을 거쳐 28일 찬반투표를 실시해야 휴가 전 타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 우선 노조는 기본급 15만205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요구하지만 사측은 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사측이 동결 입장을 접고 4만~5만원대 인상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지만 최근의 인상액을 고려하면 노조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앞서 노사는 지난 2010년 기본급 7만9000원 인상에 이어 2011년 9만3000원, 2012년 9만8000원, 2013년 9만7000원, 2014년 9만8000원, 2015년 8만5000원 등 2010년대 들어 최소 7만9000원에서 최대 9만8000원에 합의한 바 있다.

사측의 요구안인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 등에도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9일에 이어 20일에도 총 4시간의 부분파업을 진행했고, 사측은 전날과 같은 1700여대(390억원 상당)를 생산하지 못한 것으로 추산했다. 21일 4시간, 22일 14시간(주간 1조 6시간, 2조 8시간) 파업이 예정돼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 협상 역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사는 현대차와 달리 파업을 진행하면서도 교섭을 병행했다.

하지만 사측이 설비지원부분에 이어 설비보전, 중기운전 등의 분야까지 분사한다는 계획과 희망퇴직 신청 대상을 조합원인 대리급 이하 직원에게까지 확대하겠다고 최근 노조에 통보하면서 대립각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측은 단협에 따라 희망퇴직이나 분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단협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현재 진행되는 단체협약 교섭 자체도 무의미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21일 파업을 벌이지 않지만 22일 7시간 부분파업을 예고했다.

두 회사 중 한 곳이라도 여름휴가 전 타결에 성공하면 향후 동시 파업이 불가능하지만 두 회사 모두 실패할 경우 여름휴가가 끝난 8월부터 다시 동시 파업 등 연대투쟁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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