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들어 최저수준(합의안 내용)…조합원 불만 ‘표심’으로 표출

▲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 지난 26일 울산공장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2016년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현대자동차 노조가 진행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역대 최저치의 찬성률로 부결된 이유는 최근 수년간의 합의안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장기간 파업에 따른 보상안도 충분히 담기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의 불만이 찬반투표에서 그대로 표출됐다는 의미다. 노사는 추석 전 타결을 위해 재교섭에 나설 방침이지만 한 차례 부결에 따른 부담 등이 작용해 쉽지 않은 재협상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2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는 21.91%의 찬성률에 그치면서 부결됐다.

간혹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부결되기도 하는데 이번엔 역대 임단협 및 임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와 비교하면 가장 낮은 찬성률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결 원인은 결국 조합원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잠정합의안 때문이다.

찬성 21.91% 기록…역대 잠정합의안중 최저 찬성률

집행부 견제 세력인 현장노동조직 부결 운동도 한몫

추석전 잠정합의 못하면 연말까지 협상 장기화 우려

현대重 노조와 연대파업 등으로 투쟁 수위 높일수도

노조는 사측의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기본급 5만8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350%+350만원(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포함) 및 주식 10주 지급, 개인연금 2만원에서 3만원으로 인상 등에 잠정합의했다.

2010년대 들어 이뤄진 합의안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한 단체교섭에서 도출된 최종 합의안의 평균은 기본급 9만1667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408%+723만원+주식 14주다. 같은 기간 최대 성과로 평가되는 2012년엔 기본급 9만8000원 인상, 성과급 500%+970만원에 합의하기도 했다.

강성의 금속연대 소속 노조 집행부가 마련한 잠정합의안에 대해 견제세력인 현장노동조직들의 부결 운동도 한 몫 했다.

2009~2011년, 2014~2015년 노조 집행부를 이끈 합리 성향의 ‘현장노동자’는 “노동자의 몫을 대폭 하락시킨 이번 잠정합의안에 속으면 안 된다. 회사의 얄팍한 속임수를 100% 부결로 응징하자”고 주장했다.

2012~2013년 노조위원장을 배출한 강성의 ‘민주현장’은 “올해 임금인상안이 사실상 임금동결이다. 사측의 임금피크제 벼랑 끝 전술에 집행부가 임금과 핵심요구를 포기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강성 현장조직인 ‘민투위’(민주투쟁위원회)는 “최악의 기본급 인상이며, 성과금도 너무 부족한 최악의 잠정합의안이다. 집행부 정신 차리게 무조건 반대를 찍자”고 했다.

이밖에 ‘전혁투(전진하는 혁신투쟁위원회)’는 “최악의 임금인상 합의에 압도적 부결로 분노를 보여주자”고 했고, ‘들불’은 “사측의 기만전략에 놀아난 졸속 잠정합의 반대한다”는 등의 대자보를 일제히 내걸었다.

또 조합원들은 올해 임금협상에서 임금 손실을 감수하고 총 14차례 부분 및 전면파업에 동참했다. 파업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의 잠정합의안은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노사는 추석 전 타결을 위해 곧 교섭을 재개할 방침이다. 늦어도 9월9일까지 잠정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니면 연말까지 협상이 장기화될 우려도 있다.

노조 입장에선 다시 한번 잠정합의안 부결 사태에 직면할 경우 집행부의 대표성이 흔들리거나 불신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앞서 진행한 것처럼 현대중공업 노조와의 연대파업 등으로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

사측 역시 고연봉과 파업 등으로 인한 ‘안티 현대’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다 해외 신흥국 시장 경기침체, 환율 불안,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 등 어려워진 경영여건으로 무작정 퍼주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