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노조원 마음 읽어야” - 사 “퍼주기 교섭은 없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잠정합의안으로 인해 역대 최저치 찬성률로 부결됐다고 판단, 재교섭 방침을 세운 가운데 사측 역시 재협상에서 ‘퍼주기식’으로 일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여 강대강(强對强) 대치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시 한번 부결 사태에 직면할 경우 불신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노조와 ‘안티 현대’ 이미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측이 재협상에서 절충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29일 자신의 이름으로 낸 유인물을 통해 “압도적인 ‘부결’, 지부장에 대한 매서운 ‘회초리’로 생각한다”며 “조합원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해 뼈아프게 반성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특히 “(임금협상 기간 중)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한 수천명의 조합원, 역대 최고 높은 찬성률의 파업 결의,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의 공동파업, 상경투쟁 등 어느 해 보다 뜨거운 투쟁이었지만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기대와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다는 지적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밀어붙인 임금피크제 확대는 투쟁으로 철회시켰지만 임금성 부분에서 여러 가지 혼란을 야기시키면서 기대에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올해 임금협상 투쟁과 부결된 잠정합의안에 대한 평가 및 진단에 대한 고언을 듣고 향후 조합원 요구를 바탕으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조만간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교섭 재개와 쟁의 전술, 파업 투쟁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노조는 앞서 사측의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 요구안을 철회시키는 대신 임금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50만원(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주식 10주 등의 내용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21.9%의 찬성에 그치면서 부결됐다. 201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의 잠정합의안이라는 이유가 부결 원인으로 꼽혔다.

조만간 협상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만 사측 역시 1억원에 달하는 고연봉과 파업에 따른 대폭적인 임금인상 등으로 인해 차량 가격이 매년 인상된다고 보는 ‘안티 현대’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퍼주기식’으로 재협상에 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15.8%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7.0% 떨어진데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로 7월 판매 역시 전월에 비해 23.7%나 감소하는 등 회사가 처한 현실을 고려해도 예년 수준의 임금인상안을 내기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사 모두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어 9월 초 또는 중순께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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