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도 주춤…올리는 곳도 늘어나

전 세계적인 감세 추세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증세 기조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으며 법인세 역시 현행 세율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인상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재원확충이 시급한 우리나라는 내년 세법개정안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세 등 3대 세목의 세율을 그대로 유지키로 해 대비된다.

◇ 소득세율 인상 2→15곳, 부가세율 인상 9→21곳

30일 기획재정부의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OECD 회원국의 조세정책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OECD 회원국중 2000∼2008년 소득세율을 인상한 곳은 2곳, 유지는 7곳인 반면 인하한 곳이 전체의 4분의 3인 25곳이었다.

2000년 40.3%였던 평균 최고 소득세율은 2008년 35.2%로 5.1%포인트(p) 내려갔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인 2008∼2015년 소득세율을 인하한 곳은 8곳에 그친 반면 11곳은 유지했고 44%인 15곳은 인상했다.

평균 최고 소득세율 역시 2008년 35.2%에서 2015년 35.9%로 0.7%포인트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난 2011년 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38%로 3%포인트 인상했다.

부가세 역시 마찬가지다.

2000∼2008년 부가세율을 유지한 곳은 18곳으로 가장 많았고, 인상 9곳, 인하 6곳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08∼2015년에는 인상은 21곳으로 급증했고 유지 11곳, 인하 1곳 등으로 감소했다.

OECD 회원국 평균 부가세율은 2000년 17.8%에서 2008년 17.7%로 소폭 내려갔지만 2015년에는 19.2%로 큰폭 상승했다.

법인세의 경우에는 증세는 아니지만 그동안의 감세 경쟁이 잦아지는 모습이다.

2000∼2008년 법인세율을 인상한 곳은 단 1곳에 그쳤지만 2008∼2015년에는 6곳으로 늘어났고 유지 역시 6곳에서 11곳으로 증가했다.

법인세율을 인하한 곳은 27곳에서 17곳으로 줄었다.

평균 법인세율은 2000년 30.2%에서 2008년 23.9%까지 떨어졌지만 2015년에는 22.9%로 감소폭이 줄었다.

기재부는 “금융위기 이후 상당수 OECD 국가가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부가세율을 인상했고 재정위기를 주로 겪고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소득세율도 올렸다”고 설명했다.

◇ 한국 중장기 복지지출 급증 우려 속 증세 필요성 높아져

OECD 회원국의 이같은 증세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증세에 미온적인 모습이다.

소득세와 부가세, 법인세 등 이른바 3대 세목 중 소득세율만 지난 2011년 3%포인트 인상했을 뿐 부가세는 1997년 처음 도입한 이후 10% 세율이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가세율은 2014년 기준 OECD 평균인 19.2%나 유럽연합(EU) 평균 21.7%의 절반 수준이다. 법인세 역시 이명박 정부 당시 최고세율이 3%포인트 인하된 이후 세율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내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도 소득세와 부가세, 법인세 등 3대 세목의 세율은 건드리지 않는 ‘미시조정’을 택했다. 반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부자증세(增稅)’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행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 또는 국민부담률 수준만 놓고 보면 OECD 평균 보다 크게 낮아 증세 여력은 충분하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17.9%로 OECD 평균(25.1%)에 비해 7%포인트 이상 낮다. 국민부담률 역시 OECD 평균(34.2%)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낮은 24.3%에 그쳤다.

대다수 선진국이 고령화 관련 연금·보험 지출이 사회보장기여금 수입을 초과해 부족재원을 조세 등을 통해 조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선진국의 전철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복지제도를 유지만 하더라도 고령화 진전과 연금제도 성숙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2013년 9.8%에서 2040년 22.6%로 OECD 평균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현재는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나 국민부담률 수준이 낮지만 중장기 복지지출 확대를 감안하면 서둘러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여전히 ‘증세’라는 단어를 꺼내드는데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는 “연금·보험 지출 재원은 원칙적으로 연금·보험개혁을 통해 충당하고 일반복지지출 확대를 위한 재원은 세출 구조조정 및 세입확충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재량지출 비중은 2016년 기준 53%로 미국(28.8%), 영국(36.5%), 프랑스(32.7%) 보다 높은 수준이다. 세출 구조조정 추이에 따라 낮출 여지가 있는 셈이다.

기재부는 “조세·국민부담률 조정 문제는 향후 사회보장기여금, 조세부담률 추세 등을 감안해 적정 복지수준과 부담방법 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거쳐 신중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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