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경찰청이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여성안전특별치안대책을 추진했다. 어두운 골목길 51곳에 가로등이나 보안등, 37곳에 방범용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또 공중화장실 197곳에 긴급상황발생시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112에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인 비콘도 설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여성의 불안과 관련된 신고가 1584건이나 됐다. 앞서 지난 5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발생한 여성 대상 ‘묻지 마 살인사건’의 영향으로 여성들의 불안심리가 높아진 탓이다. 그에 따라 신고도 늘어났으며 울산에서도 사고 예방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살인사건은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에 앞서 울산에서 발생했다. 2014년 7월 남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여대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누군가를 죽여버리겠다’는 마음을 먹은 남성이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버스정류장이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발생한, 어떤 면에서는 남녀공용화장실에서 발생한 사건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고도 할 수 있는 사건이다. 2년도 더 지난 이 사건을 새삼 거론하는 이유는 울산이 남성중심의 공단도시인데다 향락산업이 발달돼 여성대상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울산경찰이 오랫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울산경찰은 이번 여성안전특별치안대책 추진 기간 중 들어온 1584건의 여성불안 신고에 대해 467건은 신변보호와 입원, 상담 등의 조치를 했고 나머지는 현장진단을 통해 가로등 설치 등 환경을 개선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간담회와 순찰활동 등을 통해 불안지역을 선제적으로 파악,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찰과 더불어 자치단체가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통한 선제적, 장기적 대응을 해나갈 때 비로소 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성이 불안을 느끼는 도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정부가 전국 자치단체의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적극 권유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여성친화도시는 여성 위주의 도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쾌적함과 안전, 평등을 보장받음으로써 모든 구성원이 행복한 선진도시를 말한다. 울산에서는 중구가 지난 8월 여성친화도시 지정을 신청했다. 여성이 안전한 도시는 여성 뿐 아니라 누구나 살기 좋고 또한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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