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군총사령을 지낸 고헌 박상진 의사를 다각도로 추모하고 있으나 그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높지 않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일제강점기에 판사가 됐으나 판사직을 버리고 전 재산을 투입해 독립운동을 했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의 생이 너무 짧았던 탓인지, 드러난 독립운동의 행적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탓인지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 그의 이름은 그리 돋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울산에서는 1960년 고헌박상진의사추모사업추진위원회가 발족돼 추모비를 세우는 등으로 그의 추모사업을 시작했다. 그 뒤 울산JC가 그의 동상을 건립하고 매년 추모행사를 갖고 있다. 2005년에는 북구 송정동에 있던 그의 생가도 복원하고 2007년 홍보전시실도 마련했다. 근래에는 고헌의 일대기를 담은 오페라도 제작해 공연을 하고 있다. 하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쳤던 그를 기리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그 때문에 울산시 북구 송정택지개발지구에 박상진 의사 역사공원이 조성된다는 사실은 반가우면서도 한편 걱정스럽다. 택지를 개발하면서 그 안에 들어가는 공원의 성격을 역사공원으로 하고 그 테마를 고헌으로 잡은 것이다. 고헌의 유년시기와 관련한 시문학을 주테마로 해 고헌시문학 언덕, 대한광복회 마당, 박상진 의사의 어린시절을 담은 유년의 길, 박상진 마을길 등이 계획돼 있다. 양정재와 봉산정사, 송애정사 등의 3채의 고가도 이전복원해 체험시설로 사용할 계획이다. 3.1운동 기념광장을 만들고 한반도 모양의 광장을 조성하고 무궁화를 심는 등으로 애국의 의미도 담겠다고 한다. 후손들과 지역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경주에 있는 고헌의 묘소를 공원 내로 이장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고헌의 정신이 담긴 공원을 만든다는 취지는 좋으나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이용해야 하는 공원에다 고헌의 정신을 제대로 펼쳐보일 수 있을 지, 이용객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공연히 공원의 규모에 적합한 테마를 찾아내느라 고헌의 숭고한 정신을 희화할 우려도 없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아무리 높이 기린다한들 그 뜻에 다다르기도 어렵거니와 규모를 크게 하고 내용을 다채롭게 꾸민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어쩌면 생가와 기념관 등 그의 높은 정신을 기리고 추모할 수 있는 엄숙하고 작은 공간만으로도 충분할 지 모른다. 방대한 공원 보다는 오히려 그의 업적에 대한 자료를 찾아내고 다채로운 예술로 승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 널리 알려 국가적인 인물로 부각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